北, 경고사격에도 퇴각않고 응사… 軍 “NLL 무력화 노린 계획 도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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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경비정 NLL 침범

북한 경비정이 7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아군 함정과 ‘함포 교전’까지 벌인 것은 NLL 무력화를 노린 대남 무력시위로 보인다. 최근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북한 정권 고위급 실세 3인방의 전격 방문으로 조성된 화해무드 속에서 화전양면 전술로 한국군의 대응 태세를 떠 보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북 경비정의 NLL 침범은 의도적 도발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군은 북한의 대담성에 주목하고 있다. 2009년 대청해전 이후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은 아군 함정이 경고통신과 경고사격을 하면 별다른 저항 없이 퇴각했다. 자동사격통제체계와 강력한 함포를 갖춘 남측 함정과 ‘정면 대결’을 해봐야 승산이 없기 때문. 실제 대청해전 당시 북한 경비정은 한국 해군의 집중 포격에 반파된 채 도주했다.

하지만 이날 북한 경비정은 아군 함정의 경고사격 직후 기관포 수십 발로 대응사격을 감행했다. 당시 양측 함정 간 거리는 8.8km가량. 북측이 쏜 포탄은 아군 함정에 미치지 못했지만 북측의 ‘맞대응’은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군은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 경비정은 퇴각한 뒤에도 NLL 인근에 있던 북한 어선 무리 속에 들어가 아군 동향을 면밀히 지켜봤다”며 “(NLL의) 우발적인 침범이라고 할 수가 없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NLL 무력화 전략은 전혀 달라진 게 없다. 군 관계자는 “남북 최고위급 간 접촉 사흘 만에 NLL을 넘어와 대응사격까지 한 것은 다분히 계획적 처사”라며 “NLL 충돌 위험성을 고조시켜 이를 남북 화해의 최대 걸림돌로 부각하려는 의도가 짙다”고 말했다.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고 한다는 것.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보좌하는 ‘거물 3인방’의 방문이 한국에 굴복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대남 길들이기’ 차원의 무력시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화해 기류 속 남한의 군사적 대응 수위에 변화가 있는지를 파악하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열릴 남북 고위급 2차 접촉에서 NLL 문제를 쟁점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날 북한 경비정을 퇴각시킨 해군 유도탄고속함(PKG·450t)은 2함대 사령부 소속 ‘조천형함’이다.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해군 용사 6명 중 1명인 조천형 중사의 이름을 딴 함정이다. NLL을 수호하다 산화한 조 중사의 ‘혼(魂)’이 북한 경비정을 몰아낸 셈이다.

제2연평해전 당시 조 중사는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의 기습 도발에 맞서다 기관포 방아쇠를 두 손으로 끝까지 붙잡은 채 전사했다. 해군은 제2연평해전 이후 제작해 실전 배치한 PKG 1∼6번함에 전사자 6명의 이름을 붙였다. 조천형함은 PKG 3번함. 조천형함이 발사한 76mm 함포와 40mm 기관포탄은 북한 경비정이 위협을 느낄 정도로 가까운 해상에 떨어졌다. 군 관계자는 “북측이 더 버틸 경우 피격당할 수 있다고 보고 도주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정성택 기자
#북한 경비정 NLL 침범#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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