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V리그 레이더] 분업화 된 확률 배구…女대표팀, 리우올림픽 메달 정조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7일 06시 40분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이 지난 9월20일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예선 포함 6경기를 모두 3-0으로 이기며 금메달을 차지한 뒤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성공적으로 세대교체를 이룬 여자대표팀은 이제 2016리우올림픽 메달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인천|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 트위터 @minani84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이 지난 9월20일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예선 포함 6경기를 모두 3-0으로 이기며 금메달을 차지한 뒤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성공적으로 세대교체를 이룬 여자대표팀은 이제 2016리우올림픽 메달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인천|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 트위터 @minani84
■ 인천AG 남녀배구대표팀이 남긴 것

블로킹·서브 등 선수들 장점 극대화로 AG 금메달
세대교체 성공과 김연경 존재감 올림픽 전망 밝아
동메달 획득 남자대표팀은 지원과 관심 더 절실해

사상 첫 남녀동반 우승을 노렸던 한국배구가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여자는 예선포함 6경기를 모두 3-0으로 이기며 완벽한 우승을 했다. 1994년 히로시마대회 이후 20년 만에 사상 2번째로 정상에 섰다. 남자는 2006도하아시안게임 우승 이후 두 대회 연속 동메달에 그쳤다.

● 여자대표팀 이선구 감독의 뚝심과 장점 먼저보기

7월 소집된 여자대표팀은 그동안 몇 차례 위기가 있었다. 월드그랑프리대회∼AVC컵대회∼아시안게임으로 이어지는 강행군 때 많은 선수들이 탈났다. 양효진 이효희 김해란 한송이 이재영 등의 부상이 발생했다. 몇몇 배구인은 특정 선수의 선발을 놓고 뒷말도 했다.

하지만 여자대표팀 이선구 감독은 자신이 선택했던 멤버로 끝내 결실을 맺었다. 감독이 구상하는 배구를 실현해줄 12명의 선수 엔트리에 믿음이 있었다. 이 감독은 수비와 속공 등 전통적인 접근보다는 블로킹에 포인트를 줬다. 선수들을 특징을 퍼즐 맞추듯 모아서 원하는 큰 그림을 그린 뒤 훈련과 경기를 통해 완성도를 높이는 배구를 선택했다.

이 감독은 단점보다는 장점을 먼저 봤다. ▲한송이=블로킹과 서브리시브 ▲백목화=원포인트 서브 ▲남지연=디그전담 수비와 서브 ▲박정아 이재영=김연경의 공격을 분산시켜줄 제2공격옵션 ▲양효진=미들블로킹에서의 역할 등 각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줬다.

여자대표팀은 선수들의 분업화를 통해 확률 배구를 했다. 득점이 필요할 때는 김연경에게 공격을 집중시키며 확실하게 득점을 했다. 경기의 내용과 플레이 모양보다는 결과를 먼저 생각했다. 세터에게는 선수의 이름을 따지지 말고 그날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에게 공을 올리라고 지시했다. 김연경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경기를 즐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결국 우승은 제 발로 찾아왔다.

● 여자대표팀의 새 과제는 2016년 리우올림픽

이제 여자대표팀은 2016년 리우올림픽을 준비해야 한다. 이미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뤄 현재 멤버에서 2∼3명만 바꾸면 2016리우올림픽을 노릴만하다. 예선전은 멀지 않았다. 에이스 김연경이 28세로 배구 정점에 있고 김희진 박정아 이다영 이재영 등이 더 성장한다면 2012년 런던올림픽 4위의 한풀이도 할 수 있다. 김연경은 “2016년 올림픽에는 꼭 색깔에 관계없이 메달을 따보겠다”고 했다. 이선구 감독은 “협회에서 결정할 일이지만 소속팀에서 좋은 성적을 낸 뒤 다시 한 번 조국을 위해 봉사하라고 하면 그때 생각해볼 일”이라고 했다. 34세에 처음 대표팀이 뽑혀 금메달까지 따냈던 센터 이효희는 “오래 기다리다 보니 이런 좋은 일도 경험한다”고 했다. 이효희처럼 참고 기다리고 준비하면 좋은 날은 온다. 문제는 그 준비를 얼마나 더 철저히 하느냐다.

● 남자대표팀 박기원 감독이 흘린 눈물의 의미는

남자대표팀은 4년 전과 같이 일본을 또 넘지 못했다. 태극마크는 달아줬지만 모두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다시피 했던 대표팀. 국제대회 출전 팀 가운데 유일하게 선수들의 몸을 만져주는 마사지 전담 트레이너가 없는 팀 코리아였다. 5월 월드리그부터 10월 아시안게임까지 5개월의 기나긴 행군에 선수들은 지쳤다. 몸도 성한 곳이 거의 없었다.

지원도 타 종목에 비해 뒤떨어졌다. 대회기간동안 한국배구연맹(KOVO) 구자준 총재는 남녀 선수들에게 1000만원의 격려금을 줬다. 이선구 감독이 소속된 GS칼텍스에서 여자팀에게 500만원을 준 것이 관심의 전부였다. 배구의 금메달 포상금은 KOVO가 주는 1억원이지만 농구는 남자 5억원, 여자 3억원이다. 더 중요한 것은 물질적인 지원보다는 관심과 애정이다. 몇몇 배구인들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새 회장 영입에 더 매달렸다. 특정 인물이 나서 기업가를 옹립하려다 실패하자 반대파에서도 움직인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자신의 자리에만 관심이 있지 어느 누구도 선수들에 관심을 갖고 걱정하거나 격려 전화라도 걸어주는 사람조차 없었다. 이런 배구인들의 무관심에 남자대표팀 박기원 감독은 중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이 끝난 뒤 눈물을 보였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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