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모터쇼]‘연비괴물’ 1리터차 이오랩 타고 파리 서킷 질주

  • 동아경제
  • 입력 2014년 10월 7일 0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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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파리모터쇼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연비괴물’ 이오랩(EOLAP)이었다. 전 세계 언론의 시선이 집중됐고, 차의 실제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기자들이 줄을 이었다. 이오랩이 르노의 미래, 더 나아가 이 시대 자동차가 가야할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휘발유 1리터로 100km를 달릴 수 있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유쾌한 일이다. 거기에 아름답기까지 하니 더 이상 바랄게 없다.

이런 이오랩을 타고 서킷을 달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은 분명히 커다란 행운이다. 르노는 지난 3일 파리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60km가량 떨어진 몽테 폰테인 소재 세럼(CERAM) 서킷에서 이오랩을 시승할 수 있는 기회를 국내 취재진에 제공했다. 르노 측은 전 세계 언론을 통틀어 최초의 기자 시승이라고 설명했다.
#1리터로 100km 달릴 수 있는 기술의 핵심은?
이오랩이 1리터의 휘발유로 100km를 달릴 수 있는 것은 우수한 공기역학성과 경량화, 무배출 하이브리드 기술 등 3가지 핵심기술이 합쳐졌기 때문이다.

이오랩은 3도어 해치백 타입인데, 무엇보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공기 흐름을 좋게 만들기 위해 차체를 물방울 형태로 만들고, 뒤쪽으로 갈수록 지붕이 내려앉고 폭이 좁아지는 형태를 갖췄다. 탑승자의 머리가 낮아진 지붕에 닫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앞 시트를 50mm 낮추고, 150mm 앞으로 당겼다. 또한 사이드미러를 없애고 그 자리에 카메라를 장착했다. 차문 손잡이는 평소에는 들어가 있다가 누르면 튀어나온다.

이런 노력으로 공기저항계수 0.235cd를 달성했다. 이는 동급의 클리오(CLIO) 보다 30% 이상 개선된 수치다. 차체 크기는 전장 4076mm, 폭 1726mm이다.
#포스코·LG화학, 첨단기술로 개발에 참여
경량화를 위해 알루미늄과 마그네슘을 곳곳에 사용했다. 클리오와 비교해 차체 130kg, 파워트레인 160kg, 나머지 각종 트림과 장비에서 110kg 등 총중량 400kg을 줄일 수 있었다. 실제로 마그네슘을 사용한 지붕의 무게는 4kg에 불과하다. 클리오의 공차중량은 1205kg, 이오랩은 805kg이다.

이오렙의 주행방식은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차량에 탑재된 최고출력 50kWh, 최대토크 20.3kg.m의 전기모터를 완충하면 66km를 달릴 수 있고, 이후에는 999cc 직렬 3기통 가솔린엔진이 작동해 하이브리드로 34km를 달린다. 둘을 더하면 휘발유 1리터에 100km를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변속기는 3단 클러치리스 변속기를 적용했다. 2단까지는 전기모터, 3단은 가솔린엔진과 함께 작동한다.

우리나라 LG화학은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 참여했고, 포스코는 차체에 들어가는 마그네슘을 공급했다.

#4개의 모니터로 차량 상태 확인
운전석에 앉으면 4개의 모니터가 눈에 들어온다. 양 옆을 보여주는 작은 모니터가 양쪽 문에 달려있고 센터페시아에는 11인치 모니터가 있어 차량의 현재 상태를 알려준다. 아래로는 오디오와 공조장치를 보여주는 모니터가 있다. 마치 영화에서나 본 듯한 이색적인 모습이지만, 운전자에 최적화돼 위화감은 들지 않았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어도 소음이나 진동은 전혀 없다. 다만 모니터가 출발준비가 끝나다는 것을 알려줬다. 센터페시아 아래쪽 다이얼을 ‘D’로 맞추면 앞으로 가고, 그 외 ‘R’과 ‘N’이 있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으니 ‘스스륵’ 차가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속도를 조금 더 높이자 냉장고 작동 소리 같은 미세한 소음이 귀에 들어왔다. 전기모드로 달릴 수 있는 최고속도는 120km/h이지만, 보통 80km/h부터 가솔린엔진이 작동한다.
#가속·승차감 수준급, 제로백 9.0초
가속감은 일반적인 전기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급격한 가속은 아니지만,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달린다. 다만 가속페달을 급하게 밟으면 순간적으로 변속충격이 느껴졌다. 제원표상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9.0초에 도달한다.

코너링은 평범한 소형차와 비슷한 느낌이다. 초저연비를 위해 145/75R/17 규격의 타이어를 사용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결코 나쁘지 않다. 이 차의 최고속도는 150km/h이다. 서킷에서 근사치까지 밀어붙였지만, 힘이 부족하다거나 답답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아직은 프로토 타입이라 내외장재 마감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흡·차음재도 넣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할 때 승차감은 수준급이다. 어지간한 울퉁불퉁한 도로에서도 진동과 소음이 거슬리지 않았다.

#미래의 우주선 보듯 몽환적인 전면 디자인
짧은 시승을 끝내고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실내외를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폈다.

르노는 이 차를 개발하면서 아름다움을 최우선 전제조건으로 삼았다고 했다. 다음이 승차감과 내구성, 구입비용이다. 그래서 그런지 전면이나. 측면, 후면까지 아무리 살펴봐도 어디 한 곳도 예사로운 부분이 없었다. 특히 라디에이터 그릴과 에어인테크 부분은 마치 미래의 우주선을 보듯 몽환적이기까지 했다.

화물을 실을 수 있는 트렁크는 공개하지 않아 직접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배터리를 트렁크가 아니라 운전석 바로 아래에 집어넣어 어지간한 소형차 크기의 화물공간을 확보했다고 한다.
#르노, 3~7년 내 이오랩 상용화가 목표
초저연비차 이오랩은 당장 양산을 목표로 하는 차는 아니다. 하지만 빠르면 3년 늦어도 7년 이내에 현재의 이오랩과 흡사한 차를 만드는 것이 르노의 목표다. 이오랩에는 지금까지 없었던 100여개의 혁신 기술이 담겨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 기술들이 언제라도 양산차에 적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오랩같은 차를 도로에서 쉽게 볼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파리=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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