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혁신 외치는 여야, ‘국정감사 甲질’부터 바로잡으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6일 03시 00분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에서 증인을 상대로 범죄자 다루듯 호통치고, 답변할 기회는 주지 않은 채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은 익숙한 풍경이다. 마구잡이로 증인을 부르는 것도 문제다. 국감의 목적이 국회의원들의 특권 과시와 ‘피감기관 군기 잡기’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한 일반 증인 37명의 평균 대기 시간은 4시간 19분인데, 이들의 평균 답변 시간은 2분 28초에 불과했다. 국회의원들이 증인으로 불러만 놓고 아무 질문도 하지 않고 그냥 돌려보낸 증인은 8개 위원회에 모두 31명에 달했다. 불려 나온 일반 증인은 318명으로 2012년(236명)보다 35%, 2004년(129명)보다 1.47배 많았다. 그중 기업인이 150명(47%)으로 2011년의 78명, 2012년의 114명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올해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국회의원들의 준비 일정이 짧았는데도 피감기관은 역대 가장 많은 672곳이다. 증인 수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피감기관을 감안하면 역대 최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대기업의 소유주와 경영진 상당수가 증인에 포함됐다. 정부와 공공기관을 상대로 해야 할 국감에서 기업인을 대거 증인으로 부르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엉뚱한 의도를 갖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게 만든다. 증인 채택을 막으려는 기업들의 로비전이 벌어지고, 의원 보좌관들까지 생색을 내며 사익을 챙긴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해마다 반복되는 폐해 때문에 국감 무용론이 제기된 지가 오래다. 다른 선진국에서는 국감 자체가 없고 국정조사나 청문회로 이를 대신한다. 더구나 기업인을 증인으로 부르는 경우는 드물다. 여야의 정치혁신 경쟁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국회의원들의 국감 갑(甲)질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국정감사#국회의원#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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