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식 기자의 뫔길]스펙대신 스토리로… 中 규제 뚫고 책 낸 목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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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남원시 지리산 자락 출신인 그는 맨몸 맨손 맨땅의 ‘3M 목회자’를 자처합니다.

목회를 꿈꿨지만 한학자인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19세 때 집에서 쫓겨나 수박과 오이장사, 막노동판 등을 전전했습니다. 1988년 교회 개척 이후 신자 3만여 명의 대형교회를 일궈냈습니다.

경기 용인시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52)입니다. 최근 그는 개신교에서는 드문 사례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그의 저서 ‘스펙을 넘어 스토리를 만들라’ 중국판이 출간된 겁니다.

교회에 따르면 한중 수교 23년 만에 국내 목회자의 중국판 저서가 공인된 출판사에서 나온 것은 처음이랍니다. 그만큼 중국 정부의 개신교에 대한 입장은 예민합니다.

중국 당국 통계에 따르면 중국 내 개신교인 수는 2300만 명가량입니다. 하지만 비합법인 ‘가정 교회’ 신자를 합치면 1억 명에 가깝다는 설도 있습니다.

올해 6월에는 중국 종교사무국 간부들이 참여한 ‘한중기독교교류협회’가 창립됐습니다만 개신교 선교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은 명확합니다. 공식적, 합법적 창구는 열어 두되, 비합법적 형태의 선교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이 책은 성경 구절과 소 목사의 목회 체험을 다루고 있어 출판이 허가된 것은 의외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스펙…’이 종교서가 아니라 성공체험서로 분류됐다는 겁니다. 다소 알쏭달쏭한 제목과 목회자의 인생 스토리가 규제의 틈새를 뚫은 이유인 듯합니다.

책에는 소 목사가 과거 집에서 쫓겨날 때의 상황이나 거리의 여성에게서 받은 유혹이 적나라하게 묘사돼 있습니다. “이 썩을 놈아. 뼈 빠지게 농사지어서 가르쳐 놓으니까 예수쟁이가 돼 버렸어.…”

그의 솔직한 유머도 떠오르네요. “교계에서 아버지가 목회자면 성골, 장로는 진골, 이도저도 아니면 ‘해골’로 불려요. 저는 성(姓)이 소 씨라 ‘사골’이죠.(웃음)”

목회자의 별명을 알기는커녕 접근도 어려운 게 요즘 개신교 분위기입니다. 그런 그들만의 왕국에서 성(性)과 세속화, 학력 위조 등을 둘러싼 추문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골 목사’를 보면서 어쩌면 이 시대 목회자에게 필요한 것은 겉으로 드러난 스펙이 아니라 진솔한 자기고백이 아닐까 합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소강석 목사#스펙을 넘어 스토리를 만들라#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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