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社外이사 많을수록 좋은걸까? 이사회 적정 규모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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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타격을 입었던 미국 금융회사들은 하나같이 덩치 큰 이사회를 두고 있었다. 이사회가 방만하게 운영되면서 이사들은 기업의 부실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지 못했고 전 세계적인 위기가 몰아닥치는 데 일조했다. 기업 운영에 적정한 이사 수는 얼마일까?

먼저 짚어야 할 점은 사외이사가 많으면 좋은 지배구조라고 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우리 법률은 사외이사 수와 관련해 ‘4분의 1 이상’ 또는 ‘과반수’ 등으로 규정해서 사외이사 비율을 높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사의 대부분을 사외이사로 채워서 좋은 지배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쉬운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렇게 쉽게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외이사들은 1년에 4번 정도만 이사회에 참석해 거마비(車馬費)를 받는 정도의 시간만 투입한다. ‘독립된 사외이사가 주축이 되는 이사회 중심의 책임전문 경영체제를 지향하는 기업’으로 인정돼 ‘2004년 지배구조 최우수기업’으로 선정된 국내 한 대기업은 2006년 세계적인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과 1500억 원을 들여 지배권 전투를 치렀다.

“‘지배구조 우수기업의 선정 발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일 것이다’라는 연구가설은 채택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사외이사가 많다고 무조건 지배구조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사외이사 비율을 따져서 이 비율이 높다고 ‘좋은 기업지배구조상’을 주는 것은 그중에서도 가장 멍청한 일이다. 오히려 사외이사 비율을 높이는 것은 그야말로 최저비용을 들여서 전시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

이사가 너무 적으면 본래의 감시 감독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고 너무 많으면 방만하게 운영될 수 있다. 현재 종업원 수 30만 명이 넘는 삼성전자도 이사는 9명뿐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3∼5명(소규모 상장회사) 또는 7∼9명(대규모 상장회사) 선이 가장 적당하다고 볼 수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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