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안, 어디서든 다 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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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CCTV 서비스, 한달 7000원선으로 요금 떨어지며 인기
가전제품 원격 조정하고 외부 침입 자동으로 녹화
해킹땐 사생활 노출될 위험성도

LG유플러스 ‘맘카’
LG유플러스 ‘맘카’
《 “덥지? 에어컨 켜 줄게.” 직장인 독신 여성 박수진 씨(29)는 평소 자신의 강아지와 이렇게 대화한다. 집이 아닌 직장에서도 반려견의 상태를 보고 목소리를 들려주며 에어컨까지 켜 준다. 비결은 ‘홈 폐쇄회로(CC)TV’다. 박 씨가 최근 설치한 홈CCTV는 한 달 7000원의 서비스 이용료만 내면 집 안 모니터링과 가전기기 원격 제어가 가능할 뿐 아니라 외부 침입까지 자동 감지해 알려준다. 》  

부호들의 고가 저택이나 대형 쇼핑몰 등 공공 시설물 방범용으로만 여겨지던 CCTV가 ‘집 안’으로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유무선 통신 인프라를 갖춘 통신기업들이 CCTV를 고가의 ‘장비’가 아니라 네트워크와 연결된 ‘서비스’로 내놓으면서 한 달에 몇천 원만 내면 누구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 온갖 기능 갖춰…통신사뿐 아니라 케이블TV 업체도 진출

통신기업들이 출시한 홈CCTV 서비스 이용료는 3년 약정 시 매월 7000∼9000원 수준. 하지만 웬만한 고가 CCTV 못지않은 성능을 자랑한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좌우 345도, 상하 110도까지 원격 조정하며 집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 가능하다. 적외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이용해 야간 촬영도 할 수 있다. 인터넷에 연결된 특성을 활용해 기존 CCTV가 갖지 못한 기능도 갖췄다. 홈CCTV를 통한 음성통화, 리모컨이 사용하는 주파수 신호기를 CCTV 기기에 내장해 가전기기를 원격에서 제어하는 ‘스마트홈’, 침입 감지 시 자동으로 영상을 촬영해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하는 ‘블랙박스’ 기능 등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말 내놓은 홈CCTV ‘맘카’ 서비스가 뜨거운 반응을 보이자 9월 기능을 개선한 ‘맘카2’를 내놓으며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가 9월 초 내놓은 ‘B 홈 CCTV’도 유사한 성능에 침입 감지, 무인경비 업체 지원 서비스도 갖췄다. 통신사에 이어 케이블TV 기업 CJ헬로비전도 이달 중 홈CCTV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 단순 감시가 아닌 통신 도구…해킹·프라이버시 문제 대두


홈CCTV 시장 확대의 원인에는 4000만 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통신 환경이 꼽힌다. 누구나 CCTV 영상을 볼 수 있는 ‘모니터’를 하나씩 들고 다니는 셈이기 때문이다. 1인 가구나 맞벌이 부부, 홀몸노인, 반려견 등 비(非)전통적 형태의 가정이 늘어나면서 집 안을 모니터링 하려는 목적도 다양해졌다. 류창수 LG유플러스 홈솔루션사업담당은 “홈CCTV는 기존 제품처럼 단순 감시 역할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의 도구”라고 말했다

이 같은 홈 보안 시장의 성장은 세계적 추세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의 경우는 물리보안(정보보안과 상대되는 개념) 시장의 70% 이상이 가정용”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은 올해 6월 누적 매출이 500억 원에 불과했던 홈CCTV 스타트업 기업 ‘드롭캠’을 5700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홈CCTV 사용이 늘어나면 해킹과 프라이버시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망에 연결된 CCTV가 해킹을 당할 경우 목욕을 마치고 나오는 장면이나 가족끼리 나눈 대화 등이 모조리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잠재적 ‘피감시자’들과의 갈등도 예상된다. 실제로 최근 홈CCTV를 설치한 아기 엄마 양모 씨(35)는 “아기를 돌봐주던 아주머니가 ‘날 감시하는 거냐’고 화를 내며 그만둬 버렸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홈cctv#요금#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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