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경제도시 대구’ 일구려면 기초실력이 먼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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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대구경북본부장
이권효·대구경북본부장
“대구가 무슨 경제냐.”

민선 5기 때 투자 유치를 위해 기업인 등 경제계 인사들을 만난 대구시 간부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비참해졌다고 한다. 이때도 대구시가 경제 살리기를 위해 전력을 쏟다시피 했다. 간부들은 “세상은 대구를 중심으로 돌지 않는다. 허세를 버리고 기초 실력을 하나씩 쌓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의 민선 6기 3개월은 ‘대구=경제’를 위한 악전고투로 보인다. 최근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과 삼성의 대구 투자, 기업 유치를 위한 노사평화도시 선포 등은 비록 첫 단추 수준이기는 하나 정치도시라는 모호한 묵은 인식을 걷어내고 ‘경제도시 대구’를 위한 방향 설정에 분명 기여했다.

권 시장과 대구시는 이런 출발점이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성과로 이어져 대구의 브랜드를 바꾸도록 이쯤에서 한발 물러나 냉정하게 현실을 진단해보는 게 좋겠다.

우선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합리적인 기대에 집착하지 않는 게 필요해 보인다. 아직도 “대통령을 만들어준 대구”라거나 “정권이 끝나기 전에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 세상의 공감을 얻기 어렵고 대구를 고립시킬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삼성과의 인연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구시와 삼성의 협약에 따라 대구의 옛 제일모직 부지가 창업단지 등으로 추진되지만 삼성이 대구에 특혜를 주는 것처럼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대구시는 ‘대구는 삼성의 창업지’라는 고정관념에서도 이제 벗어나야 한다. 호암 이병철이 1938년 20대에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설립해 지금 삼성그룹의 씨앗이 된 것은 맞지만 배경과 맥락을 잘 파악해야 한다.

경남 의령 출신인 호암의 삶은 ‘벤처정신의 실천’이었다. 삼성상회는 경남 마산에서 정미소를 운영해 모은 자본금으로 가능했다. 6·25전쟁 때는 부산에 삼성물산을 설립했다. 호암은 서울 평양 대구 부산 등 전국을 무대로 기업가 정신을 발휘했다. 대구시가 호암에게 배울 점은 바로 이런 태도와 실력이다. 옛 시절의 연고에 매달리면 미래를 여는 안목이 좁아진다. 권 시장부터 ‘어떻게 하면 삼성을 깜짝 놀라게 할까’ 같은 차원을 고민할 수 있어야겠다.

‘노사가 화합하는 대구’ 선포가 기업이나 투자 유치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대구뿐 아니라 노사 갈등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저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일 것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상당수 기업이 해외 공장을 선호한다는 최근 조사도 있다. 저성장과 환율, 고령화 같은 이유가 많았다. 의욕이 넘친다고 좋은 결과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대구시가 새롭게 일구려는 정책이 깊고 넓은 차원에서 면밀하게 추진되고 있는지 돌아볼 시점이다.

이권효·대구경북본부장 boriam@donga.com
#투자#경제#권영진#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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