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조직을 위한 부정행위’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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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은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기회를 간과하지 않는다. 심지어 부정을 행해서라도 이익을 취하고자 한다. 특히 자신의 행위가 타인에게도 혜택을 미칠 때 부정에 대한 유혹은 더욱 강해진다. 프란체스카 지노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미국 대학생 및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연구팀은 학생들에게 컴퓨터를 이용해 20개의 계산문제를 풀어보라는 과제를 제시했다. 동시에 이들의 부정행위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중 해답이 같은 스크린에 자동으로 표시되도록 했다. 학생들은 실험에 임하기 전에 키보드의 스페이스바를 누르면 해답이 표시되지 않는다는 사실과 20개 문제 모두 해답을 보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안내를 받았다. 정답률에 따라 보상을 지급받는다는 사실도 전달받았다.

실험 결과 개인별 보상이 주어지는 경우 79%의 학생이 부정행위를 했고 타인과 보상을 공유하는 경우엔 98%가 부정행위를 했다. 흥미로운 점은 타인에게만 보상이 주어지는 경우에도 무려 88%의 학생이 부정을 범했다는 것이다. 개인적 보상만 주어지는 경우(79%)보다도 높은 수치다. 이는 부정행위의 원인이 타인의 혜택 유무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행위자의 순수한 이타적 동기에도 의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예인의 탈세, 정치인과 공무원의 뇌물 수수, 프로 운동선수의 약물 복용, 기업 경영인의 불법 증여 또는 횡령 등은 더이상 자극적이거나 놀라운 사건이 아니다. 심지어 이들은 종종 자신들의 잘못된 행위가 자신이 소속돼 있는 조직과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였다고까지 말하곤 한다. 지노 교수 연구팀의 실험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주장이 새빨간 거짓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이타적 동기 자체가 부정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이타심은 자신의 마음뿐만 아니라 타인의 마음과 행위의 결과까지 살펴야만 그 본질을 유지하고 의도를 실현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무분별한 이기심보다 더 파괴적인 괴물이 될 수 있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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