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일 방한]한손엔 북핵, 한손엔 FTA… 한중 ‘政熱經熱’ 굳힐 기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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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상이 풀어야할 과제

한국과 중국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5월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전면적’ ‘건설적’ 등의 수식어를 앞에 붙여 격을 더 높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가장 높은 수준의 외교관계다. 그러나 한중 관계의 형식을 내용이 따라잡고 있느냐에 대해선 상당수 전문가들이 회의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한중 간 상호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라는 틀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여지는 크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 관계의 내실화를 위한 과제를 살펴본다.

○ 간극 못 좁히는 북핵 해법

중국 외교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지 못하게 큰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北京)과 평양 채널을 이용해 회유와 설득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지난해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이미 상당한 강도의 유엔 대북제재를 이행 중이다.

중국은 북핵을 자국에 실질적 위협을 주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시 주석이 김정은의 방중을 허락하지 않고 있는 것도 북핵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따라서 북핵 불허에 대한 한중의 생각은 같다. 그러나 비핵화로 가는 경로는 다르다.

중국이 ‘대북 정책’과 ‘북핵 정책’을 구분하고 있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판공실 주임을 지낸 양시위(楊希雨)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지난주 한 워크숍에서 “중국은 비핵화 이슈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북한의) 정권 안보와 경제 같은 이슈도 해결해야 한다. 그게 중국의 ‘패키지 딜’이다”라고 말했다.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김정은 정권의 안전이 보장돼야 하고 북한을 먹고살 만하게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필요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은 북핵 6자회담도 재개의 문턱을 최대한 낮춰 조기에 열자고 요청한다. 이는 북한의 요구에 가깝다.

반면에 한국은 ‘북한 정권의 안전 보장=비핵화’라는 공식에 회의적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이와 유사한 형태를 추진한 적이 있지만 북한은 핵 개발로 맞받았다. 더욱이 북한 정권의 안전을 보장하는 주체는 한국이 아닌 미국이다.

6자회담 재개도 한국은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무 일 없었던 듯 대화를 재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의미 있는 대화를 하기 위해선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건 없는 6자회담 개최가 핵 문제는 그대로 둔 채 북한의 국제 발언권만 높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북한 급변사태 때 한국이 주도적으로 개입한다는 것 자체도 부정적으로 본다. 북한도 유엔 가입국이기 때문에 유엔 주도 아래 다자가 함께 북한을 관리해야 한다는 식”이라며 “한국 주도의 통일을 지지한다는 중국 내 일각의 발언은 ‘립서비스’이거나 소수설일 뿐”이라고 말했다.

○ 정상 결단 필요한 한중 FTA

지난달 26∼30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제11차 협상에 수석대표로 참석한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결과 브리핑에서 “주요 품목(에 대한 양허안)을 놓고 양국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며 “협상 타결 시점을 정하진 않았지만 연말 타결이 희망사항”이라고 밝혔다.

한중은 2012년 5월 FTA 협상을 개시했다. 한국은 농업 강국인 중국과의 FTA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 중국 역시 한국 같은 제조업 강국과 FTA를 해본 적이 없어 협상이 지지부진했다.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때 양국 정상이 ‘연내 타결’에 합의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난항이다.

한중 FTA는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 연간 35억 달러(관세 철폐율 99% 기준) 증가라는 경제적 유인 외에 독특한 정치적 지위를 갖고 있다. 중국은 한국이 FTA를 체결했거나 협상 중인 국가 중 미국의 유일한 잠재 적국이자 북한의 후견국이다. 따라서 한중이 경제 영토 확장과 함께 정치적 유대를 높이는 FTA를 체결한다는 것은 미국과 북한에 모두 미묘한 파장을 줄 수 있다. 양국이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직까지 결단의 주체와 내용이 거론되는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중국이 한미일 동맹의 대중 공조를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통 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한국은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메가 무역 블록’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참여할지를 검토 중이기 때문에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이 2010년 대만과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맺을 때도 통 크게 양보했다. 중국의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별 영향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중 양측은 이번 시 주석의 방중 때 발표할 공동성명에서 FTA 협상을 언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시진핑 방한#북핵#한중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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