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안전체험관 끼워 넣고, 위험학교 개축은 빠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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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들 2015년 안전예산 사상 최대 17조 요구했지만…
급하지 않은 사업에 ‘안전’ 갖다붙여… 재난대응체계 등엔 예산신청도 안해

세월호 참사로 안전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크게 높아졌는데도 정부 부처들이 안전과 깊은 관련이 없는 사업에 ‘안전’이라는 이름표를 붙여 예산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붕괴 위험이 높은 학교시설 개축이나 재난사고 대응체계 재정비 등 긴급한 안전사업에 대해서는 예산을 요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 재난사고의 재발을 막으려는 정부의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기획재정부와 정부 부처들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교육부, 환경부 등 17개 부처는 최근 2015년 예산요구안을 기재부에 제출하면서 ‘안전·공공질서 예산’으로 지난해보다 1조 원(7%)가량 늘어난 17조 원을 요구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안전·공공질서 예산은 화재나 화학물질 유출 등 사고에 대비한 재난관리 비용에다 경찰, 해양경찰, 검찰 등 공공질서 유지 업무를 하는 부처의 예산을 합한 것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식적으로 ‘안전예산’으로 분류하는 개념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사회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감안하면 7%의 안전예산 증가율이 높은 것은 아니다. 문제는 각 부처가 요구한 예산사업들이 시급성이 떨어지거나 피상적이어서 사회 전반의 안전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도움이 될지 의심스럽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동아일보 보도를 통해 전국의 여러 학교시설이 붕괴 위험에 놓여 있다는 점이 드러났지만 학교 시설을 개축하기 위한 예산은 교육부 예산요구안에서 빠졌다. 기재부가 관련 규정을 고쳐 지방정부에 주는 특별교부금의 재해대비자금으로 학교 공사를 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별교부금은 매년 전체 지방재정 교부금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데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기존 사업을 추진하는 데 쓰기에도 빠듯해 위험한 학교 시설물을 얼마나 교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 재해 현장에서 초동 대응을 신속하게 하려면 전국 227개 지자체의 현장 구조 인력을 늘리고 경찰 인력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소방 인력을 더 채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예산 요구안에는 이런 현장 인력 확보 방안이 반영되지 않았다. 공무원을 늘리지 않는다는 정부의 내부 지침이 재난관리 인력 확충에까지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됐기 때문이다.

부처들은 이런 핵심사업을 뒷전으로 한 채 당장 급하지 않은 도로 유지보수나 안전체험관 건설 등을 안전예산사업으로 신청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송충현 / 김희균 기자
#안전예산#안전체험관#위험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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