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정헌]병사 상담, 지휘관부터 관심 가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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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헌 디지털서울문예대 상담코칭심리학과장
최정헌 디지털서울문예대 상담코칭심리학과장
육군 22사단 일반전방소초(GOP)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은 자식 가진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제2의 세월호 참사’다. 입대해야 하는 아들을 가진 모든 부모에게 ‘이래서야 나라를 믿고 자식을 군에 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병영생활에 적응을 못하는 군내의 ‘관심사병’들은 지휘관들이나 병영생활상담관이 담당하고 있지만 현재의 여건에서는 실효성 있는 상담과 관리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병사들과 같이 생활하는 일선 소대장들은 근무 여건상 시간이 빠듯해 병사들과의 단독 면담은 고사하고 순찰 중에 몇 마디 나누는 것이 고작이다. 사고가 발생한 22사단의 경우도 A·B·C급 관심사병이 1800명으로 전체 병사의 20%나 되는데, 상담관 수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같은 사고를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병사들을 위한 인성관리 체계에 전문성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2007년부터 ‘병영생활상담관’ 제도가 시행되고는 있지만 대한민국 병사 45만 명을 상담하고 관리하는 병영생활상담관은 200여 명에 불과해 상담관 한 명이 2000명 이상의 병사를 관리해야 하는 실정이다. 병사들의 인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면 최소한 대대당 1명의 상담전문가가 배치되어야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군 당국은 2017년까지 연대급마다 1명씩 350명의 상담관을 배치한다는 계획만 있을 뿐이고 상담전문가를 양성, 유지할 수 있는 예산은 확보조차 못한 실정이다.

병사들과 생활 밀착형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지휘관이나 부사관들에게 상담전문 교육을 의무화하여 공감과 경청의 능력을 강화함으로써 병사들이 가진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은 어떨까. 군의 주된 업무는 당연히 병사들의 전투력을 높이는 것이다. 전투력은 병사들의 심리적 관리능력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군내의 지휘관들에게 심리상담 및 코칭 교육을 의무화(교육 이수)하여 진급 심사에 반영하면 일선 지휘관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예산이 들어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비용 고효율의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세계 최고수준인 우리나라 정보기술(IT)을 이용한 사이버 교육 시스템을 활용하여 지휘관 및 관계자들에게 상담 및 코칭 기법을 배우게 하는 것이다. 현재 운영 중인 사이버대학 및 상담기관들이 운영하는 원격강의 시스템을 이용하면 군 당국에서 계획하는 2017년이 아니라 즉시 시행이 가능할 것이다.

최정헌 디지털서울문예대 상담코칭심리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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