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장, 민가 70m밖 은신… 주민들 “아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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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P 총기난사’ 도주 루트 가보니

총기로 동료 병사들을 살해한 임모 병장(22)이 검거됐던 강원 고성군 현내면 마차진리의 야산.

24일 취재팀이 찾은 이곳은 전날 검거 당시의 긴장감을 찾기 힘들었다. 군 당국이 설치한 출입금지 선과 나무에 남아있는 총탄 자국만이 사건 현장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출입금지 선에서 3m가량 떨어진 나무 한 그루에서는 성인 남성 손바닥 크기만큼 껍질이 떨어져 나간 흔적이 선명했다. 임 병장이 자해하기 위해 쏜 총탄이 몸을 뚫은 뒤 이 나무를 스쳐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 이 자국은 바닥에서 50cm 높이에 있어 임 병장이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은 채 자신의 왼쪽 가슴과 어깨 사이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임 병장이 생포된 지점은 나지막한 야산의 모퉁이에 위치해 있었다. 산 아래에서 볼 때는 나무에 가려 식별이 쉽지 않은 지점이었지만 산 밑에서 가장 가까운 펜션까지의 거리는 70m에 불과했다. 민가로 걸어 내려오는 데 3분이면 충분했다. 현내면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국도 7호선까지의 거리는 100m, 투숙객들이 묵고 있는 금강산콘도까지의 거리는 400m가량이었다.

마차진리 주민들은 인근 야산에서 임 병장을 발견했다는 소식에 23일 오전부터 집 안에서 숨죽여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인근 주민들은 “전날 명파리에 나타났다던 탈영병이 아침에 갑자기 우리 동네에 왔다고 해서 놀랐다”, “동네까지 내려오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다”고 당시의 심정을 전했다. 유기완 마차진리 이장(62)은 이날 오전 5시 군부대로부터 탈영병이 인근에 나타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안전을 위해 바깥 출입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 방송을 수차례 한 뒤 40여 가구 150여 명의 주민을 지켜보며 상황을 챙겼다.

생포 전날인 22일 오후 임 병장이 추격조와 교전을 벌였던 곳도 현내면 명파리 민가에서 근접한 곳이었다. 교전 당시 마을 주민들은 총소리가 매우 크게 들려 가까운 곳에서 교전이 발생한 것으로 생각하고 불안에 떨었다. 그러나 군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교전은 마을과는 상당히 떨어진 민간인출입통제선 안에서 이뤄졌다. 명파마을 외곽의 민가에 배치된 일부 병력은 임 병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 야산을 향해 위협사격을 하기도 했다. 명파리 주민 이용한 씨(83)는 “산 너머 광산골이라는 골짜기에서 교전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그쪽은 지뢰가 많아 매우 위험한 지형”이라고 말했다.

교전과 마지막 생포가 이뤄진 장소 모두 마을에서 멀지 않아 임 병장이 민가에 잠입하려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 병장은 21일 오후 8시 15분경 총기를 난사한 뒤 북동쪽으로 도주해 22일 오후 2시 17분경 10km가량 떨어진 명파리에서 최초로 발견됐다. 교전 뒤 남쪽으로 3km가량 달아난 임 병장은 마달리 인근에서 초병과 마주친 뒤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1km가량 떨어진 마차진리 현장에 도착했다. 총기 난사 후 검거 때까지 이동한 거리는 총 14km에 이르는 셈이다.

임 병장의 이동 경로는 숲이 우거진 산악 지형이지만 군의 경계가 삼엄했던 점을 감안하면 임 병장은 주로 야간을 이용해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탈영 직후 민간 지역과 가까운 동쪽이나 남쪽 대신에 북동쪽을 선택한 것은 군의 예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로 추정된다. 결국 임 병장은 민통선을 벗어나는 데는 성공했지만 군의 다중 포위망을 뚫는 데는 실패했다. 민가 바로 앞까지 다다른 탈영병의 도주극은 사건 발생 42시간 후에야 끝났다.

고성=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임병장 도주 루트#GOP 총기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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