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6·25전쟁 64주년]“학업 마치고 오라는 말에 태극기에 혈서쓰고 참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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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영웅’ 在日학도의용군… 이봉남 일본지부장

1950년 9월 8일 일본 도쿄 스루가다이 호텔에서 출정식을 가진 재일학도의용군 선발 1진 청년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공
1950년 9월 8일 일본 도쿄 스루가다이 호텔에서 출정식을 가진 재일학도의용군 선발 1진 청년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공
“조국에 전쟁이 났는데 어떻게 공부를 할 수 있겠어요. 1·4후퇴 때 평양의 육군병원에서 팔다리가 잘린 부상병들이 남하하려고 침대에서 기어 나오던 모습이 지금도 떠올라 가슴이 찢어집니다.”

이봉남 재일학도의용군 일본지부장(95·일본 도쿄 거주·사진)은 24일 64년 전 발발한 6·25전쟁을 이렇게 떠올렸다. 재일학도의용군은 1950년 6·25전쟁이 터진 후 일본에 살고 있던 청년과 학생 642명이 만든 의용대. 6·25전쟁에서 한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기여했지만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영웅’들이다.

이 지부장은 6·25전쟁 64주년을 맞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민주평화통일지원재단과 함께 마련한 재일학도의용군 초청행사에 최고령자로 참가했다.

이 지부장은 13세 때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 와세다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다 전쟁 소식을 들었다. 그의 나이 31세. 당장 참전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 지부장은 주둔 중이던 미 극동사령부(GHQ)를 찾아 참모장이었던 매슈 리지웨이 준장을 만났다. 친구들과 혈서를 써넣은 태극기를 든 채였다. ‘재일학도의용군’ 1진으로 편성된 이 지부장과 다른 77명의 용사들은 1950년 9월 8일 미 함정을 타고 인천항으로 출발한다. 그리고 7일 뒤 인천상륙작전에 투입된다. 주한미군 지원 병력인 카투사(KATUSA) 1기인 셈이다.

문학도를 꿈꾸며 니혼대에서 공부하던 이성근 씨(88·미국 오리건 거주)도 재일학도의용군 1진 중 한 명이다. 이 씨는 “원산·이원 상륙작전, 갑산·혜산진 탈환작전, 백마고지 전투 등을 치르면서 재일학도의용군 중 135명이 전사하거나 실종됐고, 살아 있는 사람은 30여 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한국 정부가 나라를 위해 희생한 참전용사들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동료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6·25전쟁 64주년#김봉남#재일학도의용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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