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조용필 ‘바운스’ 뜨니까, 주변서 ‘넌 뭐하냐’ 그러더라구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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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장터’ 이후 26년 만에 자작곡 4개 담은 앨범 낸 ‘화수’ 조영남

화가 겸 가수 조영남. 맨눈이 좋다더니 또 안경을 썼다. 자화상 곁에 쓰인 ‘왕따현대미술’은 준비 중인 개인전 제목. 26년 만에 그가 쓴 멜로디는 트로트와 가스펠송의 중간쯤 느낌. 여전히 구수하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화가 겸 가수 조영남. 맨눈이 좋다더니 또 안경을 썼다. 자화상 곁에 쓰인 ‘왕따현대미술’은 준비 중인 개인전 제목. 26년 만에 그가 쓴 멜로디는 트로트와 가스펠송의 중간쯤 느낌. 여전히 구수하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사반세기 동안 작곡을 쉰 가수가 26년 만에 네 곡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의 마지막 자작곡 겸 최대의 히트곡은 ‘화개장터’다. 조영남(69)을 만나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의 자택 거실에서 그는 웃통을 훌렁 벗어젖힌 뒷모습으로 붓을 들고 있었다. 그의 앞쪽 통유리창에 영동대교와 한강이 아이맥스 화면처럼 펼쳐졌다. 그와 유리창 사이에 거대한 이젤이, 캔버스 안엔 상반신만 한 자화상이 있었다.

‘화수’(화가+가수·조영남의 자칭 직업)의 쌍꺼풀 짙은 눈이 도드라졌다. 뜻밖에 안경을 벗은 채였다. 얼마 전 받은 눈 처짐 방지 수술 덕에 생긴 쌍꺼풀에 그는 만족한 듯했다. “친한 의사들이 하는 장학회가 있는데 무료 모금 콘서트 무대에 서줬더니 고맙다면서 잠깐 (병원에) 와서 (수술대에) 누워 있으라는 거예요. 이제 눈 좀 보여주고 다녀야지.”

조영남이 15일 낸 ‘조영남 독창회 2014’ 앨범엔 ‘안녕하세요’ ‘쭉서울’ ‘통일바보’ ‘어느 별에서’의 4곡이 담겼다. 미리 만들어둔 곡도 아니고 다 올해 초 두 달간 새로 지은 거다. 28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29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신곡 부르는 조영남을 볼 수 있다(5만5000∼9만9000원·02-749-1300).

―26년간 한 번도 악상이 안 떠올랐다는 게 더 신기하다.

“있는 노래로 밥벌이가 된 게 원인이었던 것 같다.”

―무려 26년 만에 발동을 건 게 도대체 뭔가.

“TV에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관련 뉴스를 본 뒤 멜로디와 가사가 떠오르는 게 아닌가. 아니, 이렇게 쉽게 되는 걸 여태 왜 안 했을까…. 그 곡이 ‘안녕하세요’다. 조용필도 결정적이었지. 작년에 ‘바운스’ 뜨니까 주변에서 ‘야, 넌 뭐 하냐’라고 하는데, 할 말이 있어야지.”

―‘통일바보’가 타이틀곡이다. ‘부산에서 아침 먹고 서울에서 점심 먹고/평양에서 냉면 먹고 오는 것이/오늘 나의 스케줄∼’이라는…. 왜 갑자기 통일 얘긴가.

“박통(박근혜 대통령)이 단초를 줬지. 통일이 대세인 거 같기에 편승해 볼까 했다. 6·15 남북공동선언일에 앨범 냈다. 가사에 나오는 ‘통일은 대박’은 박근혜 표절이고. 이 노래 낸다니까 류길재 통일부 장관한테 전화도 왔다.”

―정계 진출에 관심 있나.

“천만에. 태어나서 한 번도 투표 안 해 봤다. 난 무정부주의적이다. 유행가란 게 무어냐. 그때그때 유행하는 걸 노래하는 거지. 내 노래는 다큐(다큐멘터리)다.”

―요즘 애인은 있나.

“없겠어? 숨기고 있을 뿐이지. 난 원래 썸타는(사랑과 우정을 넘나드는 이성교제) 걸 좋아하는 사람.”

―‘어느 별에서’는 2012년 미스 인터내셔널 우승자 요시마쓰 이쿠미가 미국 CBS라디오에서 했던 위안부 관련 소신 발언을 듣고 감복해 지은 곡이라고? ‘잊지마 나는 널 사랑해’란 대목에서 사심도 느껴지던데….

“생뚱맞게 ‘나 한국 가순데 만나자’, 이거보단 꼬투리가 있으니까 수월하지 않을까.”

―‘쭉서울’은 ‘도시여 안녕’처럼 떠난 자의 향수를 노래하는 곡이다. 도시의 꼭짓점, 영동대교 남단을 바라보며 사는 사람한테서 그런 노래가 나오나.

“모순이지. 모든 예술이란 거기서 출발해.”

―이번 앨범으로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화개장터’가 지역감정 없애기에 한몫 보탰듯, ‘통일바보’로 통일 앞당기는 데 이바지했으면 한다. 그러니까 노래를 띄우는 게 먼저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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