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막 쓰는 사업예산, 공무원-정치인 제 돈이라도 이럴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9일 03시 00분


2010년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는 2019년까지 해안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국가 자전거 도로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8008억 원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인데도 행안부는 예비타당성 조사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완공된 14개 자전거도로의 자전거 통행량을 지난해 감사원이 조사해보니 10개 구간은 시간당 10대 이하였고 이 중 2개 구간은 한 시간에 한 대도 지나가지 않았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국회와 감사원의 2012년 결산 자료와 2013년 예산안 검토 자료를 분석해 자전거도로 등 878건의 정부 재정사업이 ‘비효율적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국회와 감사원이 지적한 1592건 중 55.2%가 예산 낭비 여지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토교통부(77건) 산업통상자원부(49건) 보건복지부(47건) 국방부(46건)가 효율성 낮은 사업이 많은 부처였다. 여야 정치인들이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지역구 챙기기’로 예산을 끼워 넣는 일도 적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 정차웅 군의 부모는 가장 싼 수의와 장례용품을 고르면서 “국민 세금으로 아들 장례를 치르는데 어떻게 비싼 것을 쓸 수 있겠느냐”고 했다. 평범한 국민도 이렇다. 그런데 공무원과 정치인들은 나랏돈 아까운 줄 모르고 함부로 사업을 벌인다. 자기 호주머니 돈이라도 이랬을까 궁금하다.

빠른 고령화와 높아지는 복지 요구로 재정지출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경제성장률 둔화와 증세(增稅)에 대한 반발로 세입 규모를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예산 낭비와의 싸움’은 국가부채를 덜 늘리면서 늘어나는 재정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최경환 신임 경제부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은 예산 낭비를 막고 재정사업의 효율성을 높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산#자전거도로#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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