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6070 낭만이 흐르는 ‘수상한 그녀’의 카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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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스케치]영화속 그곳, 노원 실버카페
음악-공연에 건강강좌-시낭송… 전국 최초의 ‘실버 복합공간’
입장료 무료, 찻값은 300∼1000원… 매일 어르신 300명 발디딜 틈 없어

8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수상한 그녀’의 촬영 장소이기도 했던 노원 실버카페. 이곳은 커피나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고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전국 최초의 실버 복합공간이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8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수상한 그녀’의 촬영 장소이기도 했던 노원 실버카페. 이곳은 커피나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고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전국 최초의 실버 복합공간이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2014년 1월 개봉해 8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수상한 그녀’. 칠순 노인 오말순(나문희 분)이 ‘청춘 사진관’이라는 곳에서 사진을 찍은 뒤 스무 살 청춘 오두리(심은경)로 변신하면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를 엮어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유독 눈에 띄는 곳이 있다. 바로 주인공 오말순이 일하는 ‘실버 카페’로 삼각관계에 있던 옥자(박혜진)가 박 씨(박인환)를 유혹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는 공간이었다. 이곳은 두 사람의 갈등으로 카페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폭력 사태까지 일어나면서 영화의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수상한 그녀’ 속 실버카페는 영화를 위해 임시로 만든 야외 세트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이다. 서울 노원구 중계 근린공원 내 ‘노원 실버카페’에서 촬영했다. 20년이 넘은 낡은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공원 한편에 실버카페가 있다. 커피나 차를 마시며 음악,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전국 최초의 ‘실버 복합공간’이다. 매일 오후 1시가 넘으면 약속이나 한 듯 머리가 희끗희끗한 60, 70대 어르신들이 하나둘 카페로 모여든다. 300m² 규모의 카페와 야외 쉼터(150m²)는 200여 명의 어르신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후 2시 반부터 공연이 시작되지만 늘 좌석이 부족해 일찌감치 자리를 맡아야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공연이 시작되자 흥겨운 사운드가 카페 안에 울려 퍼졌다. 이어 무대에서는 노원실버악단 소속 단원이 한껏 멋을 부린 채 색소폰을 연주했다. 화려한 반짝이 무대 의상을 차려입은 아마추어 가수들도 흥을 돋웠다. 자리에 앉아 박수를 치거나 옛 노래에 취해 무대 바로 앞까지 나와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는 어르신도 눈에 띄었다.

도봉구에 사는 이모 씨(64·여)는 “그동안 우울증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언니가 같이 가보자고 해서 오게 됐다”며 “흥겨운 음악과 노래를 들으니 마음이 즐겁고 편안해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무대에 서는 연주자나 공연 팀 모두 노원구가 자체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수준급 봉사자들이다. 이들은 매일 1시간 반 동안 멋진 공연을 연다. 가요·민요·하모니카·색소폰 연주는 물론이고 평생교육원 교수나 시인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와 건강강좌, 시낭송 치유, 웃음 치료 등 강연 프로그램도 열고 있다.

공연장 옆 실버카페에선 60, 70대 바리스타 9명이 개량 한복 차림으로 직접 커피를 만들고 공연장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배달까지 한다. 입장료는 무료. 찻값도 믹스커피부터 카페라테, 쌍화차, 생강차까지 300∼1000원으로 저렴하다.

이곳은 경로당으로 활용되던 공원 내 팔각정을 노원구가 리모델링해 어르신들만을 위한 카페로 꾸몄다. 4월 세월호 침몰 사고로 한 달 반 동안 공연을 중단했지만 최근 다시 문을 열었다.

‘수상한 그녀’ 촬영지로 입소문이 나면서 젊은이들의 발길도 늘었다. 카페 맞은편에는 시립 북서울미술관, 폴리 교통박물관 등이 있어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도 많다. 하루 평균 300여 명이 커피를 마시러 카페를 찾는다고 한다. 카페 이용에 나이 제한은 없지만 만 65세부터 음료 등의 할인을 받는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오후 8시. 매월 첫 번째 월요일은 휴무.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실버카페#수상한 그녀#도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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