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반군, 수도 바그다드 턱밑 진격… 내전위기 고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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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술 이어 티크리트까지 접수… ISIL, 서방무기로 세력 확장
시리아반군 가담해 장비 얻고… 이라크 도시 장악하며 추가 획득
美, 이라크에 아파치헬기 공급 중단

시리아에 이어 이라크에서도 내전 위기가 현실로 다가왔다. 이슬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인구 180만 명의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을 완전 장악한 데 이어 11일에는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고향인 티크리트까지 접수했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티크리트는 바그다드 북쪽으로 불과 150km 떨어진 곳이다. 시리아 내전에 참여해 민간인까지 무차별 학살하면서 ‘강성 반군’으로 악명을 떨친 ISIL이 시리아를 떠나 이라크 전선에 집중하면서 파죽지세의 기세로 확장하고 있다.

○ ‘사실상 내전’ 해석

ISIL이 10일 모술 장악에 이어 11일 티크리트까지 점령한 것은 ‘이라크 내전’이 본격화됐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수도 바그다드의 ‘턱 밑’ 전략적 요충지인 팔루자에 이어 ‘돈줄’인 모술을 확보한 데다 후세인 전 대통령의 고향까지 차지했기 때문이다.

ISIL은 앞서 올해 1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60km 떨어진 팔루자를 확보했다. 팔루자와 모술은 2003년 이라크전쟁 당시 지하드(성전·聖戰)의 중심이었고 지금도 반미 성향이 강한 대표적 도시다. 두 도시 모두 ISIL과 같은 수니파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ISIL은 두 도시에서 최소 200만 명 이상의 수니파 지지자를 확보한 셈이다.

현재 이라크는 시아파가 정권을 잡고 있다. 이 때문에 수니파-시아파 간 종파 갈등이 내전으로 이어지는 ‘시리아식 내전’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모술이 이라크 북부의 대표적 유전 지대이면서 경제 중심도시라는 점도 중요하다. 모술은 ISIL이 내전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자금원’이 될 수 있다. ISIL이 모술 점령에 이어 티크리트까지 진출함에 따라 수도인 바그다드를 둘러싼 공세가 격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 ‘부메랑’이 된 미군 무기

ISIL의 모술 점령에는 미군의 무기가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 “시리아 반군에 공급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군의 고기동다목적 차량(일종의 장갑차) 험비가 ISIL의 모술 공격에 이용됐다”고 보도했다. ISIL은 시리아 반군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반군에 지원된 무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2011년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하면서 발생한 ‘무기 관리능력 부재’가 거론된다. 실제 모술 점령 과정에서 이라크 정부군은 무기를 버리고 도망가기 바빴다고 AFP통신 등은 전했다.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반군에 맞서 싸우겠다고 다짐한 데 이어 이라크군 탈영병의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미국 정부는 이라크 정부에 대한 무기 공급을 전면 재논의할 태세다. 이미 미 상원 외교위원회는 60억 달러(약 6조1000억 원) 상당의 전투용 아파치 헬기 거래를 중단시킨 상태다. 하지만 이라크 정부군에 대한 무기 지원이 중단되면 ISIL의 준동을 막기 어렵다는 딜레마에 빠져 고민하고 있다. 이래저래 이라크는 최소 14만 명 이상이 사망한 시리아 내전의 재판(再版)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이라크#바그다드#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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