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文革비판 영화 흥행에 “체제붕괴 조장” 시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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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머우 감독-궁리 주연 ‘귀래’… 개봉 한달도 안돼 880만명 관람
당국은 “공산당 흔들기” 비판… 누리꾼-언론 평가도 찬반 갈려

영화 ‘귀래’의 포스터.
영화 ‘귀래’의 포스터.
중국 영화계의 거장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신작 ‘귀래(歸來)’가 ‘중국 체제 붕괴의식을 조장한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궁리(鞏리)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문화대혁명(1966∼1976년)이 개인이나 가정에 얼마나 큰 상처를 남겼는지를 다룬 재미 화교 작가 옌거링(嚴歌(령,영))의 소설 ‘루판옌스(陸犯焉識·루옌스가 과오를 저지르다)’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지난달 16일 개봉 이후 8일까지 880만 명이 관람했고 티켓 판매 수입은 2억8000만 위안(약 448억 원)을 올렸다.

펑완위(궁리 분)는 남편 루옌스(천다오밍·陳道明 분)가 반혁명 분자로 몰려 20년간 돌아오지 않는 사이 부분 정신이상 증세를 일으킨다. 문혁이 끝난 뒤 기다리던 남편 루가 돌아왔으나 알아보지 못한다. 펑은 루가 보낸 ‘5일 집으로 돌아감’이라는 편지만 믿고 매월 5일 기차역 앞으로 간다. 남편은 아내가 늙어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탈 때까지 아내와 함께 자신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매월 5일 기차역에서 기다린다는 줄거리다. 루가 아내의 기억을 되살리려고 ‘편지 읽어주는 옆집 아저씨’가 돼 자신이 아내에게 보냈던 수백 통의 편지를 읽어주는 대목에선 관객들의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대중적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귀래가 공산당 사상과 중국 체제 붕괴의식을 고취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주간지 ‘야저우(亞洲)신문’의 주필 류하오펑(劉浩鋒)은 당 중앙선전부의 공식 웹사이트 ‘당젠왕(黨建網)’ 기고문에서 “한 지식인 가정의 변천사를 통해 문화혁명 시기 전체를 왜곡하는 이른바 ‘해체주의’ 수법으로 중국 붕괴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옛 소련 붕괴를 촉진하는 데 영향을 미친 러시아 영화 ‘후회’의 중국판”이라고 몰아붙였다.

이후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가 신좌파적 성향을 띠고 있어 영화 속 문혁 비판을 수용하지 못한다”면서 우파 사조를 허용하면 당이 붕괴할 것이라는 사고를 가진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언론매체들의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잔잔하면서도 관객의 가슴을 파고드는 흡인력이 있는 높은 예술성을 가진 작품이라는 호평도 있지만 원작을 너무 많이 뜯어고쳐 원작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귀래#장예모#체제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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