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거 野]용병 ‘착시 방망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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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야구의 가장 큰 변화는 3년 만에 외국인 타자가 등장한 것이다. 최근 2년간 모든 구단이 외국인 선수를 투수로만 채우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명 등록·출장’에서 ‘3명 등록·2명 출장’으로 제도를 바꾸며 야수를 반드시 한 명 이상 포함시키게 했다. 그들의 등장 때문일까. 심각할 정도의 ‘타고투저(打高投低)’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10일 현재 리그 평균 타율은 0.290으로 역대 최고다. 이전 기록은 1999년의 0.276. 반면 리그 평균자책점은 5.30으로 역시 가장 높다. 5점대를 넘긴 것은 처음이다.

▷돌아온 외국인 타자들의 수준은 전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9명 모두 메이저리그 출신이며 100경기를 넘게 출전한 타자도 6명이나 된다(표 참조). 하지만 메이저리그 경력이 국내에서 그대로 통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타율-홈런-타점-OPS(출루율+장타력) 부문에서 모두 최상위권에 올라 있는 롯데 히메네스는 메이저리그에서 고작 7경기에 교체 멤버로 나갔다. 홈런과 타점은 하나도 없고 타율은 0.059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한풀 꺾였지만 시즌 초반 불방망이를 휘둘렀던 LG 조쉬 벨도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타율 0.195에 4홈런 22타점에 그쳤다. 메이저리그 181경기에서 21홈런을 기록했던 NC 테임즈는 국내 54경기에서 17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반면 9시즌 동안 889경기에 출전해 135홈런을 날린 SK 스캇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게다가 4월 말과 5월 말 두 차례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져 규정타석도 채우지 못한 상태다.

▷과거 외국인 타자 가운데 가장 경력이 화려했던 선수는 2000년 삼성의 프랑코였다. 메이저리그에서 16시즌 동안 2177안타, 141홈런, 981타점을 기록했던 그는 삼성에서 타율 0.327에 22홈런, 110타점을 올리며 이름값을 했다. 삼성은 이듬해 메이저리그에서 124홈런 686타점을 기록했던 바에르가를 영입했다. 하지만 그는 3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5에 4홈런, 17타점만을 남긴 채 짐을 쌌다. 누가 뭐래도 ‘역대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꼽히는 선수는 두산에서 뛰었던 우즈다. 그는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첫해인 1998년 홈런 1위(42개), 타점 1위(103개), 타율 9위(0.305) 등 각종 부문 상위권을 휩쓸며 외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최우수선수(MVP)까지 됐다. 장종훈 한화 코치가 보유했던 단일 시즌 최다홈런(41개·1992년) 기록도 갈아 치웠다. 우즈를 포함해 그해 국내에서 뛴 외국인 타자는 8명. 그 가운데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선수는 3명이었다. 우즈는 트리플A 경력이 전부였다.

▷올 시즌 외국인 타자의 공습이 거세다고 하지만 타고투저의 전성기였던 1999∼2001년과 비교하면 대단한 건 아니다. 1999년과 2001년 홈런 톱10 가운데 외국인 타자는 6명이나 됐다. 타점 톱10의 절반도 외국인 타자였다. 올해 홈런 톱10에는 4명, 타점 톱10에는 3명의 외국인 타자가 포함돼 있다. 각각 두 부문 선두인 넥센 박병호(27홈런)와 NC 나성범(53타점)과의 격차도 크다. 가장 수준 높은 외국인 타자들이라고는 하지만 국내 최고의 타자들에게는 미치지 못한다. ‘핸드볼 스코어’가 난무하는 올 시즌, 국내 타자들의 실력이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봐도 되는 걸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외국인타자#용병#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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