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녹색인증 뒤에서 환경법규 위반 일삼는 대기업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9일 03시 00분


환경부가 2012년부터 2013년까지 환경법규를 위반했던 사업장 10곳에 대해 지난달 특별점검을 실시한 결과 10곳 모두 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반 기업 중에는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 휴비스 삼성토탈 LG화학 SK하이닉스 효성 등 대기업들이 포함됐다. 석유제품 제조업체인 효성의 용연1공장은 폐기물을 신고한 것보다 초과해 배출하면서 변경 신고를 하지 않는 등 위반 사항이 5건이나 됐다. 기아자동차 등 5곳은 오염물질 방지시설이 고장 났는데도 그대로 방치하고 오염물질을 적정하게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지정폐기물 처리량을 허위로 입력한 사업장도 현대자동차 등 9곳이나 된다. 대기업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다.

적발된 사업장 가운데 효성을 제외한 9곳이 녹색경영 성과가 탁월한 기업에 부여하는 녹색인증 기업이었다. 녹색기업 인증은 기업의 자율적인 환경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로 2013년 기준으로 203개 기업이 인증을 받았다. 인증 기업은 공공구매 조달심사나 금융 지원 시 우대를 받을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오염물질 정기점검에도 5년 동안 제외된다. 단속 위주의 사후 관리 방식이 아니라 기업을 믿고 녹색경영을 유도하자는 취지였으나 기업들이 뒤통수를 친 격이다.

해당 기업들은 위반 사항이 경미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환경 관리야말로 작은 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잠깐의 부주의가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다. 해양 분야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것과 마찬가지다. 오염물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기업이 윤리경영이나 사회적인 책임을 외부로 외치는 것은 국민들의 거부감만 키울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녹색기업 인증제도가 환경 사고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 면죄부로 사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업이 녹색기업 인증의 친환경적 이미지로 이득만 취하고 뒤에서 환경법규 위반을 일삼는다면 녹색기업 인증제도 자체가 존폐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녹색경영#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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