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의 무덤’ 넘어선 류현진, 그가 없었다면 다저스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8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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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27)이 등판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LA 다저스는 전혀 다른 팀인 것 같다.

류현진은 7일(한국시간) 해발 1600m에 위치한 '투수들의 무덤'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방문 경기에서 6이닝 동안 8안타 2볼넷 2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7-2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성적은 7승 2패, 평균자책점은 3.08이 됐다. 류현진에 밀린 콜로라도는 이날 패전으로 8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하지만 불과 하루 뒤 다저스는 연장 10회 말 끝내기 안타를 맞고 콜로라도에 4-5로 패했다. 시즌 32승 31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선두 샌프란시스코에 9경기나 뒤져 있다.

부상에서 복귀한 뒤 4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류현진이 없었다면 다저스는 더욱 침체를 겪을 뻔 했다. 류현진의 최근 활약상은 '원정 전사(Road Warrior)'와 '스토퍼(Stopper)'라는 2개의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원정 전사(Road Warrior)

류현진은 7일 콜로라도전에서 규정이닝(64와 3분의1이닝)을 채웠다. 그동안 어깨 부상으로 24일 동안의 공백으로 규정이닝(경기 수X1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두드러지는 건 방문 경기 성적이다. 8일 현재 원정에서는 6경기에 등판해 5승 무패다. 평균자책점은 0.95밖에 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를 통틀어 방문경기에서 30이닝 이상 던진 투수 가운데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다. 올 시즌 원정에서 유난히 강한 모습이 쿠어스필드에서도 재현됐다.

생애 처음으로 쿠어스필드 마운드를 밟은 류현진은 경기 후 "왜 투수들의 무덤인지 알겠더라"고 했다. 공기가 희박한 터라 변화구가 제대로 먹히질 않기 때문이다. 경기 후 릭 허니컷 투수코치는 KLAC와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정말 잘 던졌다. 초반에 볼이 미끄러워서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다. 쿠어스필드에서는 주자를 내보내지 않는 게 승패의 관건이다. 류현진은 고비를 잘 넘겼다"고 칭찬했다.

KLAC의 원정경기 해설을 맡은 케빈 케네디는 6회 스텁스에게 첫 홈런과 컬버슨의 3루타 때 "슬라이더가 밋밋하다(flat slider)"고 했다. 류현진이 지적한 것처럼 변화구가 의도된 대로 구사되지 않으면서 슬라이더가 밋밋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6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을 합해 모두 10명의 주자를 출루시키면서도 단 2실점으로 선방했다. 쿠어스필드에서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 이하)는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스토퍼(Stopper)

스토퍼는 흔히 에이스에게 붙여지는 별칭이다. 팀의 연패를 끊어주고 연승을 이어가게 하는 역할을 에이스가 하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부상에서 복귀한 뒤 4연승을 달리고 있다.

6월 1일 피츠버그전에서 12-2 승리를 이끌면서 3연패 중이던 팀을 구해냈고, 7일 콜로라도전에서도 연패 탈출에 앞장섰다. 류현진의 활약 덕분에 다저스는 두 차례 위닝시리즈와 4연전 싹쓸이를 면하게 됐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팀 내 최다승 투수 잭 그링키가 최근 주춤하면서 팀은 연승을 이어가는 데 실패했다. 커쇼는 5월 29일 신시내티전 2-3 패배로 팀의 시즌 첫 4연승에 실패했고, 그링키도 6월 2일 피츠버그에게 3-5로 패배를 맛봐 4연전에서 1승 3패의 루징 시리즈를 만들었다. 팀에 대한 기여도로만 보면 류현진은 현재 연봉 2000만 달러 급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moonsy10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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