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권은 “선방했다” 오판 말고 6·4 민심 두려워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6일 03시 00분


새누리당 윤상현 사무총장은 어제 6·4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부산과 경기도에서 통합진보당 후보가 사퇴해 어려운 상황을 맞았지만 경기도와 부산을 사수함으로써 최대한 선방했다”고 자화자찬했다. 17개 시도지사 중 8곳에서 승리했으니 현재보다 한 곳이 줄어들긴 했지만 세월호 참사 속에서도 선전(善戰)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민심을 그렇게 편리하게 해석해도 되는 것일까. 2012년 대선과 비교하면 여당의 득표율은 무려 13개 시도에서 떨어졌다.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이 56.66%를 얻었던 충남에서 여권 후보 득표율은 44.0%로 하락했고 충북과 강원에서도 큰 폭으로 낮아졌다. 4년 전에는 서울시장 선거도 새누리당이 신승(辛勝)했으나 이번에는 큰 표차로 졌다.

새누리당이 지역주의에 안주하다가는 기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징후도 나타났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새정치연합 간판으로 뛴 김부겸 시장 후보는 2012년 총선(대구 수성갑·40.4%)에 이어 40.33%를 득표했다. 사실상 야권 단일후보였던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도 50% 가까이 얻었다. 교육대통령이라는 17개 시도교육감 중 13개는 사실상 야당의 파트너 격인 진보 후보들이 차지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게 과연 있는지 국민은 묻고 있다. 새누리당은 친박 주류의 당직자들이 주도하면서 전략도 비전도 없는 편협한 당 운영으로 당심(黨心)조차 모으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어려울 때마다 대통령의 인기에 매달리고 “대통령을 살려 달라”며 국민에게 호소하는 유아(乳兒) 같은 정당이 국가 개조는커녕 여당 개조라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새누리당은 현역의원 7명이 지방선거로 빠져 나서면서 149석으로 줄었다. 재적 의원 기준으로는 과반(過半)이지만 7·30 재·보선 결과에 따라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선거에서 선방했다는 오만에 빠져 세월호 국정조사와 공공개혁 관련 법안 처리에서 국민을 실망시킨다면 재·보선에서 또 한번 ‘대통령 마케팅’을 펼친들 먹혀들 리 없다.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참담하게 낙마한 마당에 총리 후보자와 국가정보원장 인선, 후속 개각에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 박 대통령의 국정 동력도 급속히 떨어질 것이다. 인적 쇄신의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는 청와대의 전면 개편도 더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6·4선거는 끝났지만 국민의 매서운 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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