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동산에 ‘외국인 통큰 투자’ 이어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아파트 본보기집 발길 쇄도… ‘별그대’ 열풍으로 관심 더 커져
홍콩-몽골-키르기스스탄서 날아와… 실거주용-임대용 문의하기도
중국인 투자 몰린 제주도에선… 부작용 고려한 속도조절론까지

5월 말 서울 용산구 한강로에서 분양을 시작한 고급 주상복합 ‘용산 푸르지오 써밋’ 본보기집에는 외국인 전용 상담창구가 개설돼 있다. 외국인들은 이 창구에서 영어와 중국어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대우건설 제공
5월 말 서울 용산구 한강로에서 분양을 시작한 고급 주상복합 ‘용산 푸르지오 써밋’ 본보기집에는 외국인 전용 상담창구가 개설돼 있다. 외국인들은 이 창구에서 영어와 중국어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대우건설 제공
“한국은 치안이 좋고 의료 수준도 높아서 은퇴 후 살기에 괜찮은 것 같아요.”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데 1년에 절반쯤은 한국에서 살아야 트렌드를 빨리 알 수 있지 않을까요?”

9월 입주를 앞두고 전용 114m² 잔여 물량을 분양 중인 서울 마포구 아현동 아현래미안푸르지오아파트 분양사무소에는 최근 외국인들이 심심찮게 찾아온다. 실제 계약자 중에는 중국, 몽골, 키르기스스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이 섞여 있다.

분양대행사인 엠비앤홀딩스 이은 본부장은 “한류의 영향 등으로 한국에서 살아보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난 것 같다”며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때문에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상담을 해온 사례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투자이민제 등으로 투자 여건이 개선되고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가면서 국내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

한 부동산 컨설팅업체 임원은 최근 홍콩계 펀드 관계자로부터 “임대사업을 하고 싶은데 수도권의 신규 아파트 한 동을 통째로 구입할 수 있나”라고 묻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최근 중국의 고위 공무원이나 자산가들이 과세 회피나 수익을 위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그 대상 중 하나가 한국인 것 같다”라고 했다.

최근 서울 용산구 한강로에서 분양을 시작한 대우건설의 고급 주상복합 ‘용산 푸르지오 써밋’에서는 지금까지 수십 건의 외국인 상담이 이뤄졌다. 육근환 분양소장은 “서울 동대문 등지의 상업용 부동산을 매입해 돈을 번 중국인들이 투자수익을 겨냥해 오피스텔 매입을 문의한다”며 “단지 내 고급 아파트의 경우 관저나 사택 등으로 활용하려는 대사관 관계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4월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2010년에 도입된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경제자유구역 등의 미분양 주택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이후 외국인들의 한국 부동산 투자 여건이 더욱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장경철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중국 현지 부동산 컨설팅업체들이 서울과 인천은 물론이고 미분양이 많은 경기 용인, 김포, 파주, 고양 등지까지 시장 조사를 하면서 중국인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곳은 제주도다. 중국 뤼디그룹이 1조 원 이상을 투자해 제주 서귀포시 일대에 조성하는 의료복합단지 ‘제주 헬스케어타운’은 계약자의 90% 이상이 중국인 투자자다. 국내 업체들이 분양에 나선 제주시내 분양형 호텔 계약자 중에도 중국인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 호텔 분양 관계자는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자국인을 대상으로 임대사업을 하려는 중국인 투자자도 늘고 있다”며 “시세 차익만을 노린 단기투자로 부동산 시장이 교란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마저 있어 외국인 투자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별에서 온 그대#본보기집#키르기스스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