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범진]원전 수출, 얼마든지 더 할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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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를 다녀왔다. 과연 대통령이 가야 할 만큼 중요한 일이었을까.

원전 건설 수요는 세계적으로 400여 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다소 주춤했다 되살아나고 있는 상황이다. 신재생에너지를 대규모 상용 발전원으로 사용하기에 한계가 많은 탓이다. 심지어 산유국인 UAE나 사우디아라비아도 원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른바 ‘원전 르네상스’의 도래를 필연적으로 보고 있다.

원전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전문인력 양성은 그렇지 않다. 미국은 100기의 원전에서 퇴직자들을 재취업시키는 방법으로 근근이 원전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원전을 전면 중단한 독일과 일본도 비슷하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완전히 다르다. 10여 개 대학에 원자력 관련 학과가 개설돼 있고 해마다 수백 명의 고급 인력이 양성된다. 이것은 대단한 강점이다. 세계적으로 모든 단계에서 인력을 고루 보유한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러시아 프랑스 등 몇 개국밖에 되지 않는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UAE와 손잡고 제3국 원전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라며 박 대통령의 UAE 방문 시 양국 정상 간의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UAE 수출 원전은 건설계약 186억 달러에다 앞으로 체결할 예정인 운영계약까지 포함하면 약 386억 달러(약 39조 원)라는 어마어마한 경제적 효과가 있다. 게다가 건설에서 운영까지 약 100년 동안 지속되는 초장기 비즈니스다. 3대에 걸친 먹을거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어떤 대통령이든 UAE를 방문해야 했을 일이다.

비리와 은폐사건으로 국민에게 큰 걱정을 끼친 원전업계이지만 한 가지 희망은 있다. 지난 40년간 한 차례도 사고 없이 값싼 전력을 공급한 점, 그리고 기술개발을 통해 미래 먹을거리를 개척했다는 점이다. 뿔을 바로잡는다면서 소를 죽이거나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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