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구조재편 마지막 터닦기… 內需 → 글로벌기업 도약 목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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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2015년초 상장]
지분가치 높이고 계열사 지배 강화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에버랜드 상장 계획은 지난해 9월 제일모직의 패션사업 부문을 이 회사로 넘길 때부터 짜여 있던 것”이라며 “4월 이건희 회장이 귀국했을 때 모두 보고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상장을 추진하는 목적에 대해서는 “지난해 재편된 사업 부문들의 사업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서”라며 “이번 상장을 통해 내수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사실상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재계는 사업적인 측면보다 지배구조적인 측면에 주목하고 있다. 에버랜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개인 최대 주주이다. 상장되면 삼성가(家) 3세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준비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 오너 일가의 에버랜드 지분가치는?

에버랜드 주식이 장외에서 거래된 공식 가격은 182만 원. 2011년 KCC가 삼성카드로부터 에버랜드 지분 17.0%를 인수할 때 가격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에버랜드의 주당 가치를 300만∼365만 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의 총 주식 수는 약 250만 주로 주당 300만 원으로 계산하면 시가총액은 7조5000억 원 수준이 된다.

이관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에버랜드가 가진 삼성생명 주식과 부동산, 영업가치를 감안하면 상장 후 시총은 7조6000억 원에서 최대 9조1000억 원까지 가능할 것”이라며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상장을 계기로 이 부회장의 재산가치도 수조 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 25.1%를 주당 300만 원으로 계산하면 1조8800억 원에 이른다. 이부진, 이서현 사장의 지분가치는 각각 6274억 원, 이건희 회장의 지분가치는 2792억 원이다. 이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가치는 3조4161억 원에 이른다.

연내 상장 계획을 밝힌 삼성SDS 지분도 이 부회장이 11.3%, 자매는 3.9%씩 갖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가 각각 상장해 기업 자산가치가 높아지면 세 자녀의 보유 지분 평가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세 자녀가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 상장으로 확보하게 될 현금이 6조 원대에 이른다”며 “이 회장의 개인자산 13조 원의 절반에 이르는 수준으로 별도의 상속·증여 과정 없이도 이미 충분한 현금 실탄을 마련한 셈”이라고 했다.


○ “후계구도 안정화 효과”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가 3세들이 현실화된 지분가치를 발판으로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핵심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에버랜드는 삼성SDS와 달리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쥐고 있는 핵심 계열사인 만큼 상장 이후 오너 일가가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삼성SDS 상장이 상속세 납부 등에 필요한 현금 확보 차원이 강했다면 삼성에버랜드 상장은 후계구도를 명확히 하고 경영권을 강화하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에버랜드는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놓여 있는 만큼 이번 상장은 삼성에버랜드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해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안정화하는 데 쓰일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증권가를 중심으로 삼성의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의 ‘경영 리스크’로 꼽히는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 구조와 금산분리 이행에 대한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삼성생명을 중간 금융지주사로 만들고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인적 분할해 삼성에버랜드와 합병시킨다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수직지배구조는 생길 수 있지만 반드시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삼성의 목표는 아니다”라며 “(삼성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권에 대한 위협 없이 안정적인 후계구도를 완성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에버랜드 상장#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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