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풋내기 삼총사, 21년만의 네덜란드 격파 앞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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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그 조별리그 첫 승 대들보… 20대 초반 송명근-이민규-전광인

한국 배구의 대들보로 떠오른 전광인(왼쪽), 이민규(가운데), 송명근. 이들은 한국 남자 배구가 21년 만에 네덜란드를 격파하는 데 힘을 합쳤다. 전광인 제공
한국 배구의 대들보로 떠오른 전광인(왼쪽), 이민규(가운데), 송명근. 이들은 한국 남자 배구가 21년 만에 네덜란드를 격파하는 데 힘을 합쳤다. 전광인 제공
한국 남자 배구는 최근 몇 년 동안 ‘벼랑 끝’이라는 낱말과 자주 맞닥뜨렸다. 2010년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에서 12전 전패를 기록했고 2004년 아테네 대회 때부터 3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프로팀들이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는 몰방(沒放) 배구에 치우친 탓에 한국 배구만의 색깔을 잃어버렸다는 게 전문가들이 꼽는 제일 큰 이유였다. 강산에가 부른 노래처럼 한국 배구에도 ‘답’이 필요했다.

그때 대표팀에 송명근(21)-이민규(22)-전광인(23) 트리오가 등장했다. 이들은 1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열린 2014 월드리그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한국이 21년 만에 네덜란드를 3-1로 꺾는 데 대들보 역할을 했다.

전광인은 박철우(26득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6점을 올렸고, 송명근도 블로킹 3개와 서브 에이스 2개를 포함해 13점을 보탰다. 이들에게 공을 띄운 주전 세터가 이민규다. 이들은 2012년 AVC컵부터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원정 첫 승으로 한껏 기분이 좋은 이들을 경기 후 만났다.

전광인은 “밖(외국)에서 이겨봐야 안에서도 많이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주 이기는 소식을 들려드리고 싶다”면서 “팬들께서 혹사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시는데 솔직히 피곤하다. 그런데 배구 선수가 배구 안 하면 뭘 하겠냐는 생각으로 뛴다”며 웃었다.

이민규는 “형들이 나쁜 공도 잘 연결해 주시고 ‘네 마음대로 해보라’고 격려해주셔서 기운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두 선수가 ‘소녀 팬들에게 독보적인 인기를 누린다’고 평한 송명근은 “한국에서도 더 좋은 경기를 할 테니 팬들이 많이 찾아와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셋은 코트 안에서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국가대표 선수지만 틈날 때마다 외부 세계와 소통하기 위해 와이파이(Wi-Fi)를 찾아 헤매는 20대 청년이다. 혈기가 왕성한 나이에 격리된 숙소 생활을 해야 하는 답답함도 있다. 그럴 때 팬들이 보내주는 선물은 큰 힘이 된단다. 이들에게 뭘 받고 싶은지 물었더니 송명근이 먼저 “지갑과 벨트 세트를 받고 싶다”고 운을 뗐다. 이민규는 “마시는 걸 워낙 좋아해 포도주스와 오렌지주스를 받고 싶다”고 답했다. 끝으로 전광인의 선택은 “손 편지”였다. 그러자 두 선수가 “아, 되게 있어 보인다. 저희도 다른 걸로 바꿀게요”라고 말했지만 속마음을 이미 들킨 뒤였다.

에인트호번=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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