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박은선 선수 성별진단 요구, 성적모멸감 충분…성희롱 맞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7일 16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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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논란'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 밝힌 박은선. 사진=스포츠동아DB
'성별논란'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 밝힌 박은선. 사진=스포츠동아DB
인권위 "박은선 선수 성별진단 요구, 성적모멸감 충분…성희롱 맞다"

인권위 박은선 선수

국가인권위원회가 '박은선 사건'에 대해 성희롱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인권위는 지난 24일 열린 회의를 통해 박은선(28·서울시청)에 대해 국내 여자실업축구 WK리그의 6개 구단 코칭스태프가 성 정체성 문제를 제기한 것은 성희롱이라고 판정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하 대한체육회장과 대한축구협회장, 여자축구연맹회장에게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또 인권위는 대한축구협회장에게 박은선 선수의 성 정체성 문제를 제기한 6개 구단 감독-코치 등 6명에 대한 징계조치도 역시 권고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11월 "논란의 여지 없이 여성인 박은선 선수에 대해 여성이 아니라며 성별 진단을 요구한 것은 인권침해이자 성희롱"이라며 서울시청 측의 진정이 접수되면서 인권위가 조사에 나선 끝에 내려진 결론이다.

문제의 감독들은 "감독 모임에서 박은선 선수를 왜 여자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않는지에 대해 연맹이 판정해달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인권위는 "피진정인들의 대화 의미는 의학적 방법으로 해당 선수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명확하게 판단해달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인권위는 "이로 인해 선수 본인이 성적 모멸감을 느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일반인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봐도 '성별 진단' 발언에 대해 성적 굴욕감과 모멸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일"이라며 "이번 논란은 결과적으로 박은선 선수에 대한 성희롱 행위이며, 해당 선수도 훈련 참가가 꺼려진다고 호소하고 있다. 전형적인 성희롱 사건의 피해 특성과 일치"라고 덧붙였다.

박은선의 성별 논란은 지난해 10월 19일 전국체전 당시 WK리그 6개 구단의 감독들이 박은선의 성별논란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박은선 논란'은 영국 BBC, 미국 CNN에 보도되는 등 전세계적인 후폭풍이 일었다.

박은선은 27일 CBS '김현정의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성별 검사는 과거에도 2번 받은 적 있는데, 그때는 성별 검사인지도 잘 몰랐다. 나중에 알고 다시는 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라면서 "이 일이 있고 나서 잠을 잘 못 잔다"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박은선은 '해외진출 희망' 보도에 대해서는 "작년에 시즌 끝나고 성적이 좋아서 그런지 제의가 왔다. 사실 어렸을 때도 있었다"라면서 "귀화 같은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국가대표가 돼서, 다시한번 잘해보는 게 꿈"이라고 설명했다.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박은선 사진=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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