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체벌 뇌사’ 감추려 교사가 출석부 조작하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5일 03시 00분


전남 순천의 한 고교생이 학교에서 체벌을 받은 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송모 군은 18일 오전 지각했다는 이유로 담임교사 A 씨로부터 머리를 벽에 찧는 체벌을 받았다. 송 군이 살살 부딪치자 A 교사는 직접 송 군의 머리를 잡고 ‘쿵’ 소리가 나도록 찧었다고 한다. 그날 밤 송 군은 쓰러져 입원한 뒤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학교는 출석부를 조작한 의혹까지 받고 있다. A 교사와 교감은 “송 군이 사고 전날인 17일 머리가 아프고 구토 증상이 있어서 조퇴했다”면서 “체벌과 사고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친구들의 증언으로 17일에는 조퇴한 사실이 없고, 조퇴 기록은 사고 다음 날인 19일 A 교사가 적어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A 교사는 나중에 문제가 되자 “날짜를 착각했다”고 말했다.

멀쩡했던 고교생이 갑자기 뇌사 상태에 빠지다니 석연치 않다. 학교 관계자의 대응은 권위주의 정권 때 대학생 박종철 군에게 고문을 가한 경찰이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고 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체벌이 뇌사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는지는 정밀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억울한 점이 남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교사가 조퇴 기록을 조작했는지, 학교가 비호한 정황은 없는지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A 교사는 법으로 금지된 체벌을 했다. 2011년 3월 개정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31조 8항은 ‘학생 지도를 할 때에는 학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훈육 훈계의 방법으로 하되,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해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학교 현장에는 학생 지도를 이유로 체벌을 하는 관행이 남아 있다. 지난해 충북 청주에서는 중학교 운동부 코치가 학생을 폭행해 숨지게 했고, 경남 창원에서는 교사에게 맞은 학생이 실명(失明)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01년 학교체벌 금지를 촉구했고 유엔인권이사회는 2008년 체벌을 ‘고문’에 비유하면서 금지 결의안을 채택했다. 영국 독일 덴마크 같은 선진국뿐 아니라 중국 쿠바를 포함한 122개국이 학교에서의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우리도 경제 규모 세계 15위권의 나라답게 교육방법을 바꿀 때가 됐다.
#체벌#의식불명#출석부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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