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 좋은 한국, 글로벌 투자자 눈엔 그냥 하나의 신흥국”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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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한중일 담당자 밝혀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은 매우 튼튼하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는 이런 점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미국 경제 전문 뉴스통신사 블룸버그의 톰 올리크 한국·중국·일본담당 이코노미스트(사진)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발생하고 있는 신흥국 쇼크에서 한국도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리크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중국 경제 전문 통신원, 영국 재무부 한중일 경제 정책 분석가 등을 지낸 동북아시아 경제 전문가다.

올리크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충분한 외환보유액, 수출 호조와 꾸준한 경제 성장, 부정부패가 적고 정부 정책이 잘 시행되는 점 등 매우 좋은 상황”이라고 말하고 “하지만 이 같은 훌륭한 장점들이 해외 투자 자금을 끌어 모을 만큼 매력적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 미국이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기로 결정한 이후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진 것이 근거다. 지난해 12월 18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 규모를 100억 달러 줄이기로 결정한 직후 달러당 1050원대 초반에서 맴돌던 원-달러 환율은 한 달 만에 1080원대까지 올랐다. 원화 가치가 하락한 셈이다. 증시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양적완화 축소 발표 이후 이달 21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총 2조8663억 원의 돈을 회수했다.

올리크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수출 규모 상위 20개국 중 신흥국 비중이 57% 정도”라며 “양적완화 축소로 신흥국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이 길어지면 한국 경제도 ‘간접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임금 노동력을 무기로 추격하는 중국과 낮은 엔화 가치를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얻은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현상’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한국 경제의 우수성을 알리고 투자를 유치하는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올리크 이코노미스트는 일본과 중국 경제에 대해서는 “상황이 개선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은 신용대출 비중이 2008년 국내총생산(GDP)의 125%에서 지난해 195%까지 증가하며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실시한 각종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이 1.0%에 그쳐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조치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블룸버그#경제지표#신흥국#올리크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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