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의 동생’ 명예의 전당 오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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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사업실패로 생계 막막… 야쿠르트 수레끈 김희정씨
포항 죽도시장 상인 절반이 고객… 작년 2억5000만원 ‘판매 여왕’

‘기대해도 좋은 날이 올 거야. 좋은 일만 잔뜩 다가올 거야….’

야쿠르트 판매원 김희정 씨(42·사진)에게 전화를 걸면 신호가 가는 동안 이런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녀의 활동 무대는 과메기와 대게로 유명한 경북 포항시의 죽도시장. 2008년 야쿠르트 판매원이 된 김 씨는 죽도시장에서 삶의 희망을 다시 찾았다.

그녀는 원래 백화점 판매사원으로 일했다. 하지만 남편의 사업이 갑자기 실패하자 자신의 월급까지 압류당하는 처지가 됐다. 결국 백화점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당장 생계가 막막했다.

절망 속에서 거리를 걷던 중 야쿠르트 판매원이 수레를 끌고 다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해보자’란 생각이 들었다. 그 길로 야쿠르트 사무실을 찾아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일자리를 부탁했다.

김 씨는 죽도시장에서 상인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상인들이 호락호락하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았고, 당장 야쿠르트를 주문하지 않아도 개의치 않았다. 그저 열심히 할 뿐이었다.

“시장 상인들은 누구보다 성실하면서도 억척스러운 분들이죠. 고객보다도 더 부지런하고 더 성실한 모습을 보여야 그분들이 제 편이 될 걸로 생각했어요.”

김 씨는 상인들을 ‘언니’, ‘동생’, ‘어머니’라 부르며 그들의 건강을 챙겼다. 상인 중에는 끼니를 거르거나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며 피로감이 누적돼 건강이 좋지 않은 이가 적지 않았다. 또 고객이 된 상인들에게는 매일 정확한 시간에 제품을 배달했다.

이런 정성이 통했는지 어느새 죽도시장 상인의 절반인 450여 명이 김 씨의 고객이 됐다. 지난해 그녀가 혼자 올린 매출은 2억5000만 원에 이른다.

김 씨의 이름은 22일 경기 가평군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서 열린 ‘제43회 야쿠르트대회’에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부상으로는 중형 승용차(기아 ‘K5’)가 주어졌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의 야쿠르트 판매원 1만3000여 명이 참석했다.

그녀는 정작 자신에게 힘을 준 사람은 고객들이었다고 말한다.

“오늘은 힘들어도 내일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뛰는 죽도시장 상인들을 보고 자극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살게 해 준 야쿠르트 판매원이라는 직업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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