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20년]‘소비자 중심’으로 서비스 강화… 패션-뷰티 분야 강자로 우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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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업계의 새 역사를 쓰다

GS홈쇼핑(현 GS샵)은 1995년 8월 첫 판매 방송을 내보냈다. 당시 첫 방송을 위해 모든 스태프는 미국에서 공수받은 홈쇼핑 녹화 테이프를 수없이 돌려봤다. 첫 방송 때 판매된 상품은 ‘하나로 만능 리모컨’ 이었다. 한 대의 리모컨으로 여러 가지 전자제품을 작동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이었다. 첫날 주문수량은 10개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방송은 국내 유통업계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중요한 순간이었다.

1996년 국내 첫 24시간 방송 시작

창기 대부분의 홈쇼핑 채널들은 하루에 8시간 방송을 했는데 제품당 편성시간이 5∼10분에 불과해 상품에 관련된 정보를 충분히 소개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방송시간이 늘어나면 매출액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익히면서, 방송시간을 늘리게 됐다. GS샵은 1996년 국내 최초로 24시간 방송체제를 확립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24시간 내내 편리한 쇼핑을 할 수 있게 됐다.

당시 GS샵의 콜센터 요원은 30여 명에 불과했다. 모든 주문을 손으로 받아 적어야 했기 때문에 방송 결과를 즉시 알 수도 없었다. 그러던 중 GS샵은 국내 최초로 영업시스템을 전산화하면서 획기적인 변화를 맞게 된다. 방송을 진행하는 동안 실시간으로 상품의 판매상황을 알 수 있었고, 쇼핑호스트들도 판매상황에 따라 멘트를 바꿀 수 있는 등 전체적인 방송 진행에 큰 도움이 됐다.

GS샵은 국내 최초의 24시간 방송과 24시간 고객상담 등을 시작하며 홈쇼핑 업계의 역사를 써 왔다. GS샵 제공
GS샵은 국내 최초의 24시간 방송과 24시간 고객상담 등을 시작하며 홈쇼핑 업계의 역사를 써 왔다. GS샵 제공
히트상품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1996년에는 원적외선 오븐기가 3억 원에 이르는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TV화면을 통해 닭고기요리를 먹음직스럽게 보여주면서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1997년에는 금융위기가 찾아오면서 판로를 찾지 못한 많은 중소기업들이 홈쇼핑을 찾게 됐다. 그 덕분에 GS샵은 중소기업의 우수한 상품을 소개하고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의 물건을 편리하게 살 수 있었다. 당시 자동차 코팅세트와 복합 헬스머신, 숯불구이기, 만능녹즙기, 고급압력밥솥 등이 히트상품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업계 최초 24시간 고객 상담

이후 GS샵은 ‘믿을 수 있는 홈쇼핑’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적극적인 서비스를 펼쳐나갔다. 업계 최초로 24시간 고객 상담을 시작했고, 30일 이내 교환·환불 보증, 선환불제, 실명제 서비스, 리콜 서비스 등을 통해 고객의 쇼핑편의를 최대화하는 데 역점을 뒀다. 또 인터넷 쇼핑몰도 열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GS샵은 방송 3년 만에 고객 100만 명을 돌파했고, 한국유통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GS샵은 성장 둔화를 경험했다. 2008년 매출 성장률은 0.9%(취급액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7.8%)에 그쳤다. 이에 GS샵은 TV 홈쇼핑의 비중을 낮추고, 인터넷 분야의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또 해외 시장과 자체 브랜드(PB), 모바일 사업에 집중하면서 10%대 성장률을 회복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GS샵의 패션 상품 방송
GS샵의 패션 상품 방송
최근에는 패션·뷰티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GS샵은 디자이너 브랜드와 국내외 유명 브랜드를 통해 패션상품을 다변화, 고급화시키며 홈쇼핑을 패션의 중심지로 탈바꿈시키는데 성공했다. 또 청담동 유명 미용실의 헤어 및 메이크업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확대해 뷰티 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GS샵은 현재 TV홈쇼핑과 온라인 등 기존 채널과 모바일의 시너지를 강화해 장기적으로 모바일에서 확고한 1위에 오르는 것은 물론 ‘온라인 커머스’ 리더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GS샵은 2010년 3월 모바일 웹을 선보였고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쇼핑앱 ‘모바일 GS샵’을 출시했다.

모바일 GS샵의 화면
모바일 GS샵의 화면
한편 GS샵은 세계 1위 온라인 유통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해외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09년 인도에 진출했으며 2011년에는 태국에도 진출했다. 이어 2012년 2월 베트남, 4월 중국, 7월 인도네시아 등 3개국에 잇따라 진출했으며 2013년 5월에는 터키, 2014년 2월 말레이시아에 진출함으로써 아시아 시장을 넘어 유럽 및 중동으로 시장을 넓혔다.

▼ 90년대는 조리기구, 2000년대는 먹거리·뷰티, 올해는 패션 상품 ▼
히트상품, 뭐가 있었나


도깨비 방망이
도깨비 방망이
해마다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을 뽑는 ‘홈쇼핑 히트상품’ 순위는 그해에 어떤 상품이 화제가 됐는지, 소비자들의 성향은 어떻게 변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다. 1996년 GS샵의 1위 상품은 ‘원적외선 오븐기’였다. 그 뒤를 이어 1997년에는 ‘세라콜 숯불구이기’, 2001년에는 ‘도깨비 방망이’가 1위에 오르며 대한민국 생활용품의 유행을 이끌었다.

1990년대 후반을 지나면서 홈쇼핑 매출이 커지자 김치냉장고, 에어컨, 컴퓨터 등 가전제품과 유명 디자이너 의류 등이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이런 상품들은 홈쇼핑 채널의 프라임 타임 편성을 독식했다.

‘락앤락 밀폐용기 세트’는 GS샵에서 2003년 한 해에만 무려 37만 세트가 판매됐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고, 포장김치, 양념갈비, 프라이팬 등 먹을거리와 연관된 상품들 역시 급부상했다. 이들 상품은 단가가 낮으면서 반품 부담도 별로 없다는 점에서 고객과 홈쇼핑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상품으로 떠올랐다.

GS샵은 2008∼2009년 메이크업 전문가와 함께 화장품 세트를 내놓아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10년에는 달걀흰자로 만든 비누가 가장 많이 팔린 상품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0년 이후로는 패션 아이템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2년 GS샵 히트상품 1위에 오른 ‘모르간’은 전 세계 50여 개 국가에 판매되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국내 TV홈쇼핑에서는 GS샵이 단독으로 판매하고 있다. 고객들은 명품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품질과 디자인의 핸드백 및 구두를 10만 원대 가격으로 구매하며 실속을 챙길 수 있다.

지난해 히트상품 1위로 선정된 ‘스튜디오 보니’는 백화점 브랜드 ‘보니 알렉스’의 세컨드 브랜드로 백화점 수준의 디자인과 품질은 유지하면서 대량생산·판매를 통해 가격을 10만 원 내외로 선보여 폭넓은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황수현 기자 soohyun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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