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무장관 “국가 기본틀 자꾸 공격 폄훼하는데 정당이라고 법적용 눈치보면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반국가사범 관련 단체들을 그냥 방치하고 있는 것이 비정상적인 관행 또는 부조리”라며 “‘법치에 의한 비정상의 정상화’를 올해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이자 큰 전략 목표로 정했다”고 강조했다. 과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반국가사범 관련 단체들을 그냥 방치하고 있는 것이 비정상적인 관행 또는 부조리”라며 “‘법치에 의한 비정상의 정상화’를 올해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이자 큰 전략 목표로 정했다”고 강조했다. 과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1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법무부가 청구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에 대해 “덩치가 크고 정당의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원칙적인 법 적용을 오히려 곤란하게 생각해 온 부분이 있었다면 그런 부분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황 장관과의 일문일답.

○ 통진당 해산청구, “책임질 역할 하겠다”


―통진당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는 누가 최초에 제안한 건가.

“그건 법에 있는 법무부의 권한이다. RO(혁명조직) 사건이 터지면서 국민적인 걱정이 폭증하긴 했지만 그 이전에 (통진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등에 대해 정당해산 청구를 하라는 청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헌법학자들의 의견을 묻는 등 법률 검토를 쭉 해 왔다. 그 와중에 지난해 RO 사건이 터지면서 본격적인 준비를 하게 됐다.”

―정당해산 청구가 전례가 없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

“우리나라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안보 취약국가 아닌가. 그런데도 일본이나 미국처럼 이런 대치 상황이 전혀 없는 나라들보다 훨씬 안보 저해세력이 많고 활동도 활발하다. 그 뿌리엔 반국가단체나 이적단체,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에 벗어나는 강령을 갖고 활동을 하는 통진당 같은 정당들이 있다. 국가의 기본 틀이 자꾸 공격·폄훼당하고 흔들리는데 이런저런 다른 눈치를 보면서 머물러 있는 것은 공직자의 직분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1차변론 때 직접 헌법재판소에 가서 변론에 나섰는데….

“중차대한 일 아닌가. 중차대한 일은 책임질 사람이 책임질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또 심판에 들어가는 검사들도 아무래도 부담 되지 않겠나. 공격할 사람이 있으면 나를 공격하고…. 큰 공격 있는 건 내가 맞고 그 다음엔 실무진이 열심히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이었다.”

―대표적인 ‘공안통’이라고 부르는데 그런 얘기를 들을 때 솔직히 기분은 어떤가.

“공안통, 특수통이라고 이름 붙여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얘기겠지만 나는 평검사 때는 오히려 인지(認知) 수사를 많이 했다. 누군가 그렇게 부른다면 그런 일을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거부감은 없다.”

○ 잇따른 검사 추문…통렬하게 가슴 아파


―최근 ‘성추문 검사’ ‘해결사 검사’ 등 검사들의 일탈이 계속되고 있다.

“정말 통렬하게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 대책을 세우고 있다. 우선은 인재 선발 과정에서부터 인성을 철저히 검증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번 신임 검사 선발 과정에선 심리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인성·적성검사를 처음으로 했다. 또 선배들의 좋은 지도가 필요한데, 예전엔 ‘검사의 자세를 지켜야 한다’며 아주 혼도 많이 났다. 그래도 문제가 생긴다면 읍참마속의 마음으로 정리를 해야 한다. 현재 7년마다 검사 적격심사를 하게 돼 있는데 기간을 4년 내외로 당겨서 부적격자는 조기 퇴출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경력이 짧은 검사들은 적격심사 시간을 짧게, 오랜 기간 검증된 사람은 길게 하는 등 차등을 둘 수도 있을 것이다.”

―저축은행 비리 사건,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사건 등 무죄가 줄줄이 나고 있다.

“큰 사건, 중요한 사건일수록 중형 선고가 예상되니 판사도 부담이 되고 더 꼼꼼히 따지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경향이 없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무죄 사건을 보면 강압 수사나 명백한 법리 오해, 증거가 전혀 없는데 기소를 했다거나 그런 경우는 없다. 어쨌든 옛날보다 무죄율이 높아가는 건 사실인데, 검사들로선 더 확고하게 재판부가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수사하고 증거를 확보해야 하겠다. 무죄의 원인을 면밀하게 분석해 잘못이 있으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

○ 불법 집단행동엔 ‘불법필벌’ 원칙 세울 것


―불법 집단행동에 원칙적 대응을 강조해 왔는데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등 추진이 잘 안된다는 느낌도 있다.

“중요한 것은 불법이 있을 때 구속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아니고 불법이 있을 때 처벌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정부의 목표는 ‘불법이 있으면 반드시 처벌이 있다’, 기본적 원칙은 ‘합법적 집회는 최대한 보호하되 불법에 대해선 엄단한다’는 것이다. 구속만이 엄단이 아니다. 목표는 ‘불법필벌(不法必罰)’이고 그 관행을 정착시켜 나가면 함부로 법을 어기지 못할 것이다.”

―대통령 취임 후 첫 특별사면이 단행됐는데, 정치인이나 경제인이 없는 서민·생계형 사면이 계속 유지될까.

“사면은 예외적인 것이기 때문에 예외적인 것이 일상화가 되면 안 된다. 이번처럼 법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따뜻한 법치의 모습을 함께 보이는 사면이 예외적으로 집행되는 것은 몰라도 국민이 공감할 수 없는 사면이 이뤄지면 찬성하긴 어렵겠다.”

―짬이 날 때는 어떻게 업무 스트레스를 푸는지….

“집사람과 종종 산책을 한다. 예전엔 색소폰도 불곤 했는데 요샌 그 정도 짬도 나지 않는다. 장관이 돼가지고 취미생활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장관이란 자리가 일정한 시간 지나면 비워줘야 되는 자리인 만큼 있는 동안 국민에게 부끄럽지 않게 해야 한다. 요새는 무취미가 취미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프로필>

△서울(57) △경기고, 성균관대 법대 △사법시험 23회 △대검찰청 공안1·3과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 △창원지검장 △대구고검장 △부산고검장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변호사

인터뷰=김정훈 사회부장
정리=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황교안 법무부 장관#통진당 위헌정당해산심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