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프랜차이즈만 ‘빵빵’해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대기업 빵집 규제 1년… 어떻게 변했나 봤더니

서울 마포구에서 12년째 개인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A 씨(50)는 “지난 1년 동안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고 했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많은 이 빵집의 주변에는 10여 년 사이 대형 프랜차이즈와 대형마트 빵집 3곳을 포함해 총 4곳의 빵집이 문을 열었다.

대형 빵집 프랜차이즈는 끈질기게 A 씨를 위협했다. 5년 전 150m 떨어진 곳에 파리바게뜨가 생겼을 땐 매출이 30%가량 줄었다. “이후로도 계속 우리 가게 주변에 새 빵집을 내려고 했죠. 심지어 우리 가게를 가맹점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바로 옆에 신규 매장을 내겠다고 하더군요.”(A 씨)

○ 동네 빵집 웃고, 대형 프랜차이즈 울상

그러나 지난해 3월 동반성장위원회가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의 신규 출점 규제를 시작한 뒤 1년 동안 A 씨는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로 인한 걱정을 덜었다. 동반위는 지난해 3월부터 대형 빵집 프랜차이즈는 동네 빵집 500m 내에서 매장을 내지 못하고, 전체 매장 수도 전년 대비 2% 이상은 늘리지 못하도록 하는 기업 간 협약을 발동했다.

이후 1년 동안 대형 프랜차이즈의 성장은 정체됐다. 파리바게뜨의 매장 수는 3227개에서 3256개로 29개 느는 데 그쳤다. 뚜레쥬르는 1280개에서 단 한 곳의 매장도 늘어나지 않았다.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사실상 신규 출점을 전면 금지하면서 성장을 막는 규제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파리바게뜨 본사의 고용 인원은 2012년 말 1414명에서 지난해 말 1220명으로 200여 명 줄었다.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도 지난해 예정된 국내 투자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점포 하나를 출점할 때마다 점주와 제조기사, 판매사원 등 최소 6명씩의 고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지난 한 해 동안 고용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반면 개인이 운영하는 중소 제과점인 ‘동네 빵집’은 늘어났다. 대한제과협회가 집계한 동네 빵집 수는 2012년 말 4378개에서 지난해 11월 기준 4762개로 384개 늘어났다. 최근 10년 사이 동네 빵집 수가 증가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같은 브랜드 빵집의 증가를 우려해온 기존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도 가게 권리금이 올라가는 등의 이익을 봤다.

○ ‘저가형 체인, 외국 업체에 날개 단 꼴’ 지적도

그렇다고 해서 동네 빵집들에 ‘살 만한 세상’이 활짝 열린 것은 아니다. 규제의 대상이 아닌 새로운 중소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매장을 늘려가며 대형 프랜차이즈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이지바이, 잇브레드, 브래댄코 등 신생 빵집의 수는 규제가 시작된 지난해 2월 142곳에서 지난해 말 277곳으로 95% 늘어났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상가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B 씨는 “대형 빵집보다 빵 하나당 500원에 파는 저가형 프랜차이즈 빵집이 더 무섭다”며 “바로 옆에 공격적으로 입점해서 비정상적으로 가격을 낮추기 때문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프랑스 브랜드인 ‘브리오슈 도레’ 등 규제를 받지 않는 외국계 베이커리의 시장 진입도 이어지고 있다. 2012년 호텔신라에서 대한제분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아티제도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가운데 골목상권의 매장 수를 늘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형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빵집 규제는 결국 또 다른 프랜차이즈와 외국 업체에 날개를 달아준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한제과협회 측은 “제과점업의 적합업종 지정 이후 동네 빵집의 매출과 고용이 늘어나는 등 활력이 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손현열 인턴기자 고려대 사학과 4학년
#대기업 빵집 규제#빵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