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19禁 걸그룹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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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섹시 경쟁의 끝은 어디인가. 걸스데이 달샤벳 AOA 레인보우블랙을 KO시킬 정도로 적나라한 노출과 선정성을 내세운 뮤직비디오가 등장했다. 4인조 걸그룹 스텔라는 신곡 ‘마리오네트’ 뮤직비디오에서 허벅지는 물론이고 엉덩이까지 거의 드러낸 란제리룩을 입고 엉덩이를 돌리거나 손으로 가슴이나 엉덩이를 쓸어내리는 안무를 선보였다. 한 멤버의 가슴골에 우유를 흘러내리게 하는 장면은 아찔하기는커녕 역겹게 느껴진다. 이쯤 되면 걸그룹이란 이름이 아깝다. 19금(禁) 성인그룹이라 해야 한다.

▷11일 개설한 스텔라의 페이스북 이벤트 이름은 ‘오빠, 시키는 대로 다 해줄게―마리오네트’다. 해당 게시물에는 모자이크 처리된 멤버들의 사진이 있는데 ‘좋아요’를 누를 때마다 모자이크가 지워지며 모습이 드러나게끔 만들어졌다. 어린 학생들이 ‘좋아요’를 누르며 과연 무얼 생각할까. 소속사는 “멤버들의 미모와 몸매를 부각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노이즈 마케팅의 성공에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걸그룹의 섹시 경쟁은 성(性) 상품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자본주의는 상품을 소비하듯 ‘섹시함’도 소비하는 경제체제다. 걸그룹은 비슷비슷해 여간해서 눈길을 끌기 어렵기 때문에 기획사들은 더 강한 노출, 더 섹시한 퍼포먼스를 추구하게 된다. 그러나 섹시 콘셉트는 반짝 관심은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손해다. 걸그룹은 가창 실력이 아니라 섹시한 율동과 이미지만 남고, 소비자도 금세 싫증을 내고 더 새로운 자극을 갈망하게 된다.

▷걸그룹의 섹시 경쟁이 우려스러운 것은 어린 여학생에겐 모방심리를 부추기고 남자들에겐 성적(性的) 충동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요즘 여자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을 조사하면 열에 아홉이 걸그룹이 되겠다고 한다. 마리오네트 비디오에 대한 댓글을 보면 “아예 벗어라” “하고 싶다”는 내용도 상당수다. 미니스커트가 성폭력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걸그룹의 야한 춤을 보며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나이든 여자만의 생각일까.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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