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우왕좌왕 인사, 납득못할 해명하는 이유가 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3일 03시 00분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어제 천해성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의 갑작스러운 내정 철회에 대해 “청와대에서 쓰려다가 천 전 내정자가 통일부 핵심요원이어서 통일부 장관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돌려드릴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안보실 제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에 김규현 외교부 제1차관을 내정하면서 천해성을 함께 내정해 국가안보실을 확대 개편한 것이 3일이었다. 김 차장은 남북 고위급 접촉의 우리 측 수석대표로 나선 상태다. 청와대의 내정 철회 설명이 사실이라면, 현 정부 출범 후 첫 고위급회담을 앞둔 긴박한 상황에서 청와대에서 필요로 하는 인사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도로 데려갔다는 말이 된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그것도 통일부 후속 인사까지 모두 완료한 상태에서 8일 만에 원대 복귀시켜야 할 정도로 통일부엔 인재가 없단 말인가.

청와대 비서관은 수시로 대통령을 면담하고 현안을 보고하는 자리다. 작년 11월 청와대 행정관이 상품권과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이 적발됐을 때 청와대는 아무 징계도 없이 소속 부처로 돌려보내면서 “청와대라는 특수성 때문에 부처로 원대 복귀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강한 징계 중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안보전략비서관은 국가안보실과 NSC의 핵심업무인 외교안보통일 전략을 짜야 하는 중책이다. 안보조정 역량 극대화를 위해 신설된 조직에 인사를 하면서 이처럼 우왕좌왕 인사에, 앞뒤 다른 설명을 하면 누가 믿겠는가.

정권 초였던 지난해 3월에도 민정 법무 사회안전 홍보기획 보건복지 등의 청와대 비서관이 내정 단계에서 바뀌는 잡음이 있었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수첩인사’ 논란 끝에 자질 문제로 해임된 지 일주일도 안 된 상황이다. 또 인사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면 인사 문제는 이 정부의 고질병에서 불치병으로 굳어질까 걱정스럽다.

청와대가 다른 이유를 숨기기 위해 철회 사유를 둘러댔다면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대북 온건파로 알려진 천 전 내정자가 청와대를 떠난 데는 대북정책을 둘러싼 정부 내 강온파의 갈등이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북정책에 노선 갈등이 불거질 경우 북한의 현란한 대남 전술에 맞서 안보통일 전략을 주도할 수 있을지 국민은 불안하다. 청와대는 정확한 사유를 공개하기 바란다. 외교안보라인 인사가 불투명하고 부실하게 이뤄진다면 평화통일 신뢰 기반 구축 같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청와대#인사#민경욱#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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