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요람서 무덤까지 빚으로 사는 사회… 누구 책임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 평화로운 일상에 조금씩 균열을 일으켜 기어이 뒤틀어 놓고 마는 것, 그렇다고 어디에 하소연도 못 하고 그저 내 탓이오 하며 스스로를 상처 내게 만드는 것, 바로 ‘빚’이라는 존재이다. ―약탈적금융사회(제윤경이헌욱·부키·2012년) 》

지난달 가계부채가 1000조 원을 넘어섰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몇몇 지인들 이름이 머릿속을 스쳤다. 대학에 입학했을 때부터 학자금 대출을 받기 시작했던 그들은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입에 “돈”이라는 말을 달고 다녔다. 입사 3, 4년 차가 되었지만 아직도 대출금을 다 갚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들이 대부분 월급 체납 걱정이 없는 직장에 정규직으로 취직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빚으로 인생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이 사는 요즘 세상을 저자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빚 속에서 살아가는 사회”라고 꼬집는다. 어릴 때는 부모의 빚에 의존해 자라고 공부하며 성인이 되어서는 자신의 빚으로 대학을 다니고 살 집을 구해야 하며 결국 또 대출을 받아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이렇게 사회가 과도한 빚을 지게 된 원인이 금융권과 정부에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권은 이자 수입을 얻기 위해 갚을 능력을 철저히 검증하지 않은 채 대출을 남발한 잘못이, 정부는 영세민과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금리만 낮춘 또 다른 대출을 대책으로 내놓아 대출자들을 빚의 고리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든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물론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빚을 진 채무자 본인의 책임이 작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빚 져야 하고 갚지 못하는’ 상황을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려도 될지는 의문이다. 치솟는 물가와 부동산 가격에 비해 좀처럼 두꺼워지지 않는 월급봉투를 생각하면, 또 40%가 채 되지 않는 청년 취업률 때문에 비정규직으로 내몰린 사람들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약탈적금융사회#제윤경#이헌욱#빚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