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이승훈 “한국 메달 물꼬, 이번에도 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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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밤 빙속 5000m 출격

사진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사진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흔히 네덜란드는 축구에 죽고 사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네덜란드 국민들이 국기(國技)로 여기는 종목은 스피드 스케이팅이다. 네덜란드는 스피드스케이팅이 처음 생긴 나라다. 13세기경부터 나무 바닥에 쇠날을 달아 타기 시작했다. 겨울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네덜란드 열성 팬들은 나라의 상징색인 오렌지색으로 온 몸을 뒤덮고 광적인 응원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네덜란드는 2010년 밴쿠버 대회까지 올림픽에서만 총 86개의 메달을 획득했는데 그중 82개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나왔다. 그런 네덜란드 팬들이 특별하게 기억하는 외국 선수가 하나 있다. 한국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이승훈(26·대한항공)이다.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는 꽤 오래전부터 세계적으로 기량이 평준화됐다. 하지만 장거리는 다르다. 네덜란드 선수들은 여전히 세계 최강이다. 특히 ‘장거리의 황제’ 스벤 크라머르는 수년째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런 크라머르를 이긴 유일한 아시아 선수가 바로 이승훈이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남자 1만 m에서 레이스 막판 코스 착오로 실격을 당한 크라머르를 이기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경기장을 뒤덮은 ‘오렌지 군단’은 크라머르의 실격을 큰 충격으로 받아들였지만 이승훈의 역주에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승훈은 앞서 열린 남자 5000m에서도 은메달을 따내 네덜란드 팬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7일 개막한 소치 올림픽에서도 스피드스케이팅이 열리는 아들레르 아레나는 오렌지 군단으로 채워진다. 이승훈은 8일 오후 8시 반(한국 시간)부터 시작되는 남자 5000m에서 두 대회 연속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이승훈의 경쟁자는 역시 네덜란드 선수들이다. 객관적인 기량으로 볼 때 크라머르가 실수를 하지 않는 한 그를 이기기는 쉽지 않다. 크라머르는 이번 시즌 세 차례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에서 모두 우승하는 등 최강자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이승훈은 4차례의 월드컵에서 두 번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남자 장거리 월드컵 랭킹 3위에 랭크돼 있다. 현실적인 이승훈의 목표는 메달 획득이다. 랭킹 2위 호리트 베르그스마와는 기록 차가 얼마 나지 않아 은메달까지 노려볼 만하다. 이승훈은 1일 전지훈련지인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에서 열린 네덜란드 오픈 남자 3000m에서 크라머르와 함께 출전해 마지막 테스트를 치렀다. 이승훈은 그 대회에서 3분45초00을 기록하면서 크라머르(3분44초02)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에도 네덜란드 팬들은 이승훈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7일 조 추첨 결과 파트리크 베커트(독일·월드컵 랭킹 8위)와 마지막 조인 13조에 편성된 이승훈은 “색깔을 떠나 메달 자체를 따는 게 중요하다. 올림픽에도 흐름이란 게 있다. 내가 첫 메달을 땀으로써 밴쿠버 대회에서처럼 전체 한국 선수단 선전의 기폭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승훈#빙속#스피드 스케이팅#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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