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텔 한 곳 세우면 일자리 100개 생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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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1km내 설립’ 철폐 효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강북 지역 한 건물에 간이 숙박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었다. 해외에서 오는 환자와 가족들이 수술 뒤 의료진의 관리 아래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메디텔을 추진하기 전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고시원 시설로 등록해야 했다.

지난해 정부가 메디텔 추진을 발표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병원 반경 1km 내에만 메디텔을 세울 수 있다는 조항 때문이었다. A 씨가 마련한 숙박 공간은 메디텔 허용 이후에도 법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당시 A 씨는 “1km 규정 해제 전까지 메디텔은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다”며 씁쓸해했다

정부가 의료기관도 숙박업을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긴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지난해 입법예고했지만 정작 의료계의 반응은 차가웠다. 투자를 꺼리게 하는 세부 규제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병원 반경 1km 내에만 메디텔을 세워야 한다는 규정이 대표적이었다. 외국인 환자가 많이 찾는 성형외과와 피부과는 강남구 신사역, 압구정역 일대에 몰려 있다. 하지만 이 지역 근방 1km 이내엔 호텔을 세울 터가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땅을 구한다고 해도 땅값이 비싸 병원들의 투자가 쉽지 않다.

실제로 병원들은 규제가 많고 실익이 적은 메디텔을 포기해야만 했다. 보건복지부로부터 해외 환자 유치 우수병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한 병원의 B 원장은 “메디텔은 중증 질환자보다는 미용성형을 목적으로 방한하는 환자에게 필요한 시설인데 이 병원들이 몰려 있는 지역 주변은 호텔을 지을 여건이 안 된다”고 말했다.

메디텔 1km 규정이 사라지면 의료관광호텔 건립을 추진하는 병원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병원이 위치한 도심을 벗어나 더 좋은 조건의 터를 선택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메디텔 설립 대상 병원을 의료관광객 연간 3000명 이상이 찾는 병원에서 1000명으로 완화해 그동안 해외 환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던 지방 병원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원 스톱 의료관광’ 서비스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치료받을 병원만 정하면 관광, 숙박 등의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쉽게 의료관광을 즐길 수 있다. 가령 오전엔 서울에서 진료 및 치료를 받고 오후에는 제주도의 메디텔에 머물며 휴양과 관광을 즐길 수 있다.

메디텔이 활성화되면 국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이번 규제 완화로 2020년까지 약 20개의 메디텔이 건립되고 약 2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치료 목적의 30병상과 객실 100개를 갖춘 중형 규모의 고급 메디텔이 설립되면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 의료 인력이 약 40명, 그 밖의 서비스 인력이 약 60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상준 대한의료관광협회 회장은 “메디텔이 활성화되면 여기에 관련된 피고용인이 증가해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메디텔 의료관광 관련 업종에 추가적인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하지만 메디텔 규제 완화가 의료 상업화를 강화해 의료 공공성을 해칠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병원들이 이름만 메디텔 간판을 달고 무분별하게 호텔업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외국인 환자가 메디텔을 선택할 동기가 현재로서는 부족해 보인다. 서울 강남에서 근무하던 의사가 제주도에 상주하며 메디텔에 가서 근무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메디텔#일자리#관광진흥법#의료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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