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바람에 ‘3覺 힐링’ 담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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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박사-향기박사-소리박사 총출동
LG ‘2014년형 휘센’ 개발기

시각과 청각, 후각을 이용해 힐링을 돕는 2014년형 휘센 에어컨 신제품 앞에 선 LG전자 개발팀. 왼쪽부터 신용범 대리, 박현수 수석연구원, 김우진 선임연구원. LG전자 제공
시각과 청각, 후각을 이용해 힐링을 돕는 2014년형 휘센 에어컨 신제품 앞에 선 LG전자 개발팀. 왼쪽부터 신용범 대리, 박현수 수석연구원, 김우진 선임연구원. LG전자 제공
박현수 LG전자 수석연구원은 국내에 몇 안 되는 색채심리 전문가다. 사람의 신체가 특정 색상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하는 것이 그의 전공이다. 대학 연구소에서 일하다 2011년 LG전자에 합류한 그는 지난 3년 동안 ‘힐링’을 돕는 색상 찾기에 몰두했다. 그 결과물이 지난달 출시된 ‘2014년형 휘센 에어컨’이다.

휘센 에어컨 신제품이 이전 제품과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은 냉방 기능뿐 아니라 시각과 후각, 청각을 이용한 ‘복합 힐링’ 기능을 갖췄다는 점. 제품 상단부와 하단부 전면에는 피로감을 덜어 주는 색상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적용했고, 100% 천연 아로마 오일을 뿜어 체내 스트레스 지수를 낮춰 준다. 에어컨을 작동하면 기계음 대신 은은한 피아노와 풍경 소리가 들려온다. 이 제품이 나오기까지 ‘색채 박사’인 박 수석을 비롯해 LG전자의 가정용에어컨 개발팀과 소재부품연구소, 디자인경영센터의 ‘소리 박사’, ‘향(香) 박사’들이 총출동했다.

4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만난 박 수석은 “스트레스를 줄여 주는 색상을 LED 조명에 적용하면 에어컨을 이용하는 동안 시각적으로도 편안해지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며 “일반인 300명을 대상으로 색상 심리 조사를 거쳐 6가지 색상을 적용했다”고 했다. ‘공기 청정기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무슨 색이 떠오르는지’, ‘이 향을 맡았을 때 무슨 색이 떠오르는지’를 묻는 ‘연상 조사’를 거쳐 1900여 개 색상 가운데 사람들의 머릿속과 유사한 색상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상징하는 연보라색과 활기를 주는 녹색 계열,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을 때 편안한 조명으로 사용할 수 있는 흰 계열 색상이 최종 선택됐다.

신용범 상품기획담당 대리는 “그동안 색상은 디자이너들만의 영역이었지만, 이번 제품은 힐링을 주제로 삼았으므로 실험적 접근을 해 봤다”고 덧붙였다.

조명의 시각적 효과는 아로마 향의 후각적 효과와 결합해 힐링 효과를 크게 높인다. 에어컨 안에 아로마 원액이 담긴 캡슐을 넣으면, 전기자극을 이용한 ‘정전분무’ 기술로 미세한 입자 형태로 분사된다. 향이 퍼져 나가는 범위는 30평대 아파트의 마루 전체 정도. 스트레스 완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라벤더와 레몬 향은 LG생활건강에서 개발했다.

향 연구를 맡은 김우진 선임연구원은 “아무리 좋은 향도 오래 맡게 되면 코가 더는 인지하지 못하는 ‘감각 순응 현상’이 나타난다”며 “심리생리학적으로 가장 적당한 분사량과 농도를 찾기 위해 을지대 의과대, 간호대와 1년간 산학협력을 했다”고 했다. 그는 “수백 번의 임상실험 끝에 코르티솔(스트레스를 받으면 증가하는 호르몬) 감소 효과가 제일 좋은 적정량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휘센 에어컨의 마지막 힐링 카드는 음향 효과다. ‘삑삑’거리는 기계음 대신 기능별 특성을 살린 음원을 넣은 것. 아로마 기능을 선택하면 들판 위에 서 있는 느낌을 주는 멜로디가 나오고 강력 냉방 기능을 작동시키면 시원한 시골 대청마루에 앉아 듣는 듯한 풍경 소리가 들려온다.

음악 감독을 맡은 이지숙 주임연구원은 “‘바람여행’을 주제로 유명 아티스트들과 반 년간의 공동작업을 통해 50여 개 음원을 개발했다”며 “상쾌한 바람을 표현하기 위해 풍경과 피아노, 마림바, 비브라폰을 주로 활용했다”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홍유라 인턴기자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힐링#에어컨#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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