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신용층 대출자 4명중 1명 금융위기뒤 低신용층 하락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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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대부업체 고금리 상품 이용… 신용등급 회복 어려워지는 악순환

신용등급이 5, 6등급인 대출자 4명 중 1명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용등급이 하락해 저신용자(7∼10등급)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 번 저신용자가 되면 은행 등 제1금융권의 저금리 대출을 이용하기 어려워져 신용카드,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돈을 빌리게 되고, 이를 갚지 못해 신용등급 회복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금융위기 이후 저신용 가계차주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6월 말 기준으로 신용등급 5, 6등급이던 대출자의 25.2%는 지난해 6월 말 현재 저신용자가 됐다. 신용등급이 1∼4등급이던 대출자 중 7.2%도 저신용자가 됐다. 반면 저신용자 중 1∼6등급으로 신용도가 상승한 대출자는 4명 중 1명꼴(25.6%)에 불과해 한 번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회복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등급 하락세는 최근 더 가팔라지고 있다. 전체 대출자 중 신용등급이 전년 동기보다 낮아진 대출자는 2011년 6월 26.0%였지만 지난해 6월에는 28.4%까지 늘어났다. 반면 신용등급이 오른 대출자는 32.2%에서 29.8%로 줄었다. 특히 저신용 대출자 가운데 신용등급이 조금이라도 오른 사람은 2011년 6월은 31.3%였지만 지난해 6월에는 25.2%로 크게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2009년 이후 1∼4등급 대출자 중 신용등급이 하락한 사람 수는 꾸준히 줄어든 반면 저신용자는 신용등급을 다시 끌어올리기 힘들어졌다”며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저신용 대출자의 연체율이 늘어나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신용자로 신용등급이 떨어진 대출자 중 83.3%는 연소득이 4000만 원 미만이었다. 4000만 원 이상을 벌다가 그 미만으로 떨어진 대출자도 8.5%였다. 신용등급 1∼6등급을 유지하고 있던 대출자 중 연소득이 2000만 원 미만인 사람 10명 중 2명은 저신용자로 추락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 대출자의 27.9%가 저신용 계층으로 전락해 30대(16.2%), 40대(14.0%)보다 높았다.

저신용자들이 신용등급을 회복하기 쉽지 않은 주된 이유는 제1금융권의 저금리 대출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제2·3금융권의 대출을 이용할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최악의 경우 사채시장에 손을 벌리는 일도 생긴다. 신용등급 7∼10등급인 대출자들이 저축은행, 대부업체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비중은 2010년 50.5%에서 지난해에는 55.2%까지 늘어났다.

이장연 한은 거시건전성분석국 과장은 “저신용 계층으로 추락한 사람들 중 20대, 무직, 저소득층 비중이 높은 만큼 이들의 소득을 늘려 빚을 갚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라며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신용카드 사태 때 시행됐던 채무불이행자 지원 정책 등을 다시 추진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대출#신용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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