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알쏭달쏭 행보… 6·4 기상도 ‘오리무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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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D-120]
與 황우여-남경필 입장 안 밝혀… 野 박지원-오거돈 등도 저울질만
安風 등 돌발변수 많아 지켜보는듯… 일각 “깜짝출마로 효과 극대화 포석”

“당의 필승 후보 중진이 나서야 당이 살 수 있다. 경쟁력 있는 중진으로 꼽히는 분은 아시다시피 서울 정몽준 의원, 경기 남경필 의원, 인천 황우여 대표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이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지방선거에 나설 중진을 거명했다. 면전에 황우여 대표를 앉혀둔 채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황 대표는 민주당 소속 송영길 인천시장에 맞설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다. 심 의원은 “특히 황 대표가 모범을 보이라”고 압박했고, 황 대표는 멋쩍은 듯 난감한 웃음을 지었다. 황 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없는 일로 해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황 대표는 인천시장 선거 출마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그의 향후 행보는 불확실하다.

안철수 신당의 창당으로 1998년 이후 16년 만에 3자 대결 구도로 치러지는 6월 지방선거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선거구도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지방선거 기상도 역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안갯속이다.

여야 주요 예상 후보들은 출마 여부를 두고 모호한 화법으로 일관한다. 출마에 따른 정치적 득실을 저울질하며 이른바 ‘간 보기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 여권 후보들은 대부분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마음)의 향방에, 야권 후보들은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 및 막판 야권연대 성사 여부 등 다양한 변수에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은 안철수 의원이 ‘이번엔 양보하라’는 취지로 발언한 뒤 자신의 뜻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은 정당이나 정치세력이 아닌 시민들을 위한 자리다.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백 번이라도 양보해야 한다”라고만 말하고 있다. 안 의원을 자극하는 표현은 자제했지만 ‘시민의 뜻’을 내세워 양보할 뜻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해석이다.

심재철 의원이 공개적으로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요청한 남경필 의원도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아직까지는 출마 준비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말을 흐렸다. 남 의원은 3일 오후 국회에서 황 대표, 홍문종 사무총장을 별도로 만나 지방선거 출마 여부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시장 예비후보 가운데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안철수 신당에 대한 분명한 생각을 밝히지 않고 있다. 오 전 장관은 “안철수 신당만으로는 부산에서 승리할 수 없다. 시민들이 저를 필요로 한다는 의견이 매우 많아 무거운 소명의식을 갖고 있으며 무소속 시민후보로 나설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언뜻 무소속 출마를 굳힌 것처럼 들리지만 속내는 막판까지 정국 추이를 지켜보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전남도지사 출마설이 나도는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안풍(安風)만 언급하면서 거취에 대해선 확실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박 의원은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서면 전남도지사 경선에 참여하겠다”고만 말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주요 후보들이 당분간 출마 의사를 감추고 애매모호한 화법으로 당 안팎의 기대감을 최고치로 높인 뒤 출마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속내가 보인다는 분석이 많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지방선거#황우여#남경필#박지원#오거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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