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수 기름바다 늑장 방문한 윤진숙 장관 자질 시비 나올 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3일 03시 00분


1일 아침 전남 여수시 신덕마을 일대에는 낙포동 낙포각 원유 2부두에서 유출된 기름이 해변과 바다를 뒤덮었다. 설날인 1월 31일 오전 9시 반경 싱가포르 선적 16만4169t급 유조선이 접안을 하기 위해 부두에 접근하던 중 해상 구조물인 돌핀 3기를 들이받고 원유하역배관을 부순 뒤 멈춰서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밤사이 조류를 타고 흘러온 기름으로 사고현장에서 3km가량 떨어진 해변까지 기름으로 뒤덮였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은 사고 발생 27시간이 지난 뒤에야 현장을 찾아 코를 막은 채 주민들의 빗발치는 항의를 들었다. 윤 장관은 방제 현장을 뒤늦게 찾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처음에는 피해가 크지 않다고 보고받아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다”며 “현장에 직접 와보니 보고받은 것보다 심각한 것 같다”고 피해 주민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까지 했다.

청정지역인 한려해상국립공원 내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의 보고를 접했으면 주무장관으로서 즉각 현장 확인을 했어야 옳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사고 발생 직후 윤 장관에게 전화로 “원유 유출 피해가 확산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긴급 지시했다. 총리의 지시를 받고도 하루가 지난 뒤에 현장을 찾은 것은 장관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사고가 일어난 곳은 1995년 시프린스호 기름 유출로 수개월 동안 방제 작업과 수년 동안의 오염 피해로 고통을 겪은 바로 그 어촌 마을이었다. 당시 3826ha의 양식장이 황폐화하고 1500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2007년에는 충남 태안에서도 최악의 유조선 침몰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엄청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재난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초기 방제가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 어민들은 사고 초기 발표된 기름 유출량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이번 기름 유출 사고가 남해대교까지 번지면서 2차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 지역의 방제 작업을 신속히 하는 동시에 사고 원인도 철저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 임명 초기부터 자질 시비가 있었던 윤 장관은 동아일보가 새해 특집으로 보도한 장관 성적평가에서도 ‘못한 장관’ 5명 중 한 명으로 꼽혔다. 국회의원들에게 “제발 공무원들에게 휘둘리지 말라”는 충고까지 들었던 윤 장관이다. 아직도 조직을 장악하지 못하고 잘못된 보고나 받는 상태라면 사고 처리 후속조치는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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