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 측정기 조작… 폐수를 멀쩡한 물처럼 콸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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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 측정값 낮춰 원격감시 통과
배출부과금 행정처분 빠져나가… 지자체 운영시설 등 13곳 적발

폐수를 방류해도 들키지 않도록 수질오염 측정기기를 조작하는 관행이 업체들 사이에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기업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도 오염된 물을 정상으로 둔갑시켜 흘려보내다 들통이 났다. 환경부 중앙기동단속반은 수질자동측정기기(TMS) 설치 업체 가운데 37곳을 특별 단속한 결과 35%(13곳)가 기계조작을 하거나 폐수를 희석시킨 뒤 측정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최근 ‘원전 마피아’들이 자신들만의 성역을 유지하며 부품 시험성적서를 조작하는 비리를 저질렀듯 수질 감시분야에서도 비슷한 사각지대가 있었던 셈이다. 환경부는 적발 업체 중 11곳을 검찰에 고발하고 2곳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물리는 등 행정처분을 내렸다.

수질자동측정시스템은 일정 규모 이상의 하수처리장이나 축산가공 시설, 공장 등에서 배출하는 수질오염물질의 농도를 실시간 측정해 환경부 관제센터로 자동 전송하는 것. 단속 공무원이 현장에 나가지 않아도 오염 정도를 즉시 파악하기 위해 국내 700여 곳에 도입됐다. 그러나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은 이런 원격 감시시스템을 교란해 오·폐수 감시기능을 무력화했다. 적발된 업체 13곳 중에는 공공하수처리시설 6곳과 폐수종말처리장 1곳 등 지자체가 직간접으로 운영하는 시설이어서 공공시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수법을 보면 수질 측정기의 측정값을 고의로 조작한 곳이 8곳으로 가장 많았다. 일부 계수를 약간만 조작하면 실제 오염성분 농도가 L당 30μg(마이크로그램)인데도 기기에는 10분의 1에 불과한 3μg으로 표시된다. 2개 기관은 측정 시료를 희석해 오염 농도를 낮췄다. 시료채취용 수조 외에 불법으로 수조를 추가 설치하거나 수돗물을 섞어 농도를 떨어뜨렸다. 전남 강진하수처리장은 기기 조작과 시료농도 희석 등 두 가지 수법을 모두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운수장비 세차시설을 운영하는 한 업체는 폐수를 우회 수로로 몰래 빼돌리다 적발되기도 했다.

환경부 단속반 관계자는 “수질 측정기기를 통해 오염도 수치가 높게 전송되면 배출부과금 같은 행정처분이 가해지기 때문에 이를 피하려 한 것”이라며 “수질자동측정시스템은 소수 전문가만 운용체계를 알 수 있어 그동안 제대로 감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수질 측정기 조작#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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