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서 “내겐 없을 줄 알았던 창작의 고통…다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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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27일 07시 00분


김종서는 9년 만에 신곡을 내기까지 약 100곡을 썼다 버리면서 산고를 느꼈다. 소심해지고 용기를 잃어가다 성악을 배우면서 깨달음을 얻은 그는 “과거에는 참 무성의하다고 느꼈던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말이 절실했다”며 새 출발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사진제공|NH미디어
김종서는 9년 만에 신곡을 내기까지 약 100곡을 썼다 버리면서 산고를 느꼈다. 소심해지고 용기를 잃어가다 성악을 배우면서 깨달음을 얻은 그는 “과거에는 참 무성의하다고 느꼈던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말이 절실했다”며 새 출발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사진제공|NH미디어
■ 2년의 산고 끝에 신곡 ‘아프다’ 발표 김종서

100곡 이상 썼다 버렸다…작업 안풀리니 술만 늘어
우연히 70대 테너의 목소리 듣고 발성 연구에 심취

작곡·작사·편곡 독점 방식 벗어나 타인의 색깔 인정
삶과 음악에 힘 빼고 가볍게…SNS로 팬들과 소통도


시간이 흐를수록 부담은 점점 커졌다. 신곡에 대한 남다른 애착으로 100곡 이상을 ‘썼다, 버렸다’ 반복했다. 26년차 베테랑 가수 김종서에게도 창작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평소 술에 약한 그이지만, 곡을 쓸 때는 술을 마시지 않고서는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괴로워했다. 한창 잘 나가던 1990년대에는 자신의 감성대로 곡을 ‘뚝딱’ 만들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원하는 대로 곡이 나오지 않아 “약에 의존하듯 술에 기댔다”고 고백했다.

2년 만에 내놓은 ‘아프다’는 “산고와 맞먹는 고통을 이겨내고” 만든 곡이다. 사실 신곡 발표는 드라마 OST, 리메이크 앨범 등을 제외하고 2005년 9집 이후 9년 만이다.

“곡 작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어려워지고, 운신의 폭도 좁아지는 것 같다. 용기도 점차 없어지고, 기복이 심해졌다. 컨디션이 좋을 땐 쉽게 잘 풀리는데, 난조일 때는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모르겠더라. 평생 음악을 할 건데 지침서 같은 게 필요했다. 우연한 기회에 인터넷을 통해 일흔이 넘고도 목소리가 짱짱한 테너 가수를 봤다. 왜 대중가수는 그렇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발성을 연구하게 됐다.”

하늘을 찌를 듯한 고음이 특색인 ‘로커가 성악을 배운다’? 언뜻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에게도 쉬운 게 아니었다.

“2년 동안 성악을 공부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을 모두 버려야 했다. 내 음악 스타일 등을 부정하고 깨는 게 어려웠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거기서 해답을 찾았다. 음악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찾으니 작업도 쉽게 시작되더라.”

좋은 악기도 매일 연주해야 좋은 소리가 나는 것처럼 가수도 좋은 발성을 내기 위해 항상 다듬어야 한다고 했다.

“나이를 먹으면 20대보다 탄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그걸 극복할 수 있게 하는 건 연습 밖에 없다. 나이가 들면 게을러지고 타성에 젖는데, 그게 제일 무서운 거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매일 연습하고 있다.”

성악을 배우면서 중독 증세를 보인 술도 끊었고, 자신을 움츠리게 한 보이지 않는 힘도 뺄 수 있었다.

“성악의 기본이 그거다. 파워보컬은 힘으로 밀어붙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반대였다. 힘을 빼는 건 모든 일에 통용됐다. 삶에서도 힘을 빼는 게 중요하다. 이번에 다시 태어난다는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가자’, ‘가볍게 가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프다’라는 곡도 시야가 넓어진 상태에서 나왔다. 이전까지 작곡, 작사, 편곡 등 어느 것 하나 직접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하지만 다른 시선을 가진 사람의 도움으로 또 하나의 색깔을 찾는 데 성공했다.

“현대판 ‘겨울비’ 같은 곡으로 해보자는 의견만 던지고, 젊은 친구들에게 작사와 편곡을 맡겼다. 정말 가볍게 곡이 나왔다. 김종서 같으면서 김종서 같지 않은 색깔이 나오더라.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색깔을 섞으면 새로우면서도 재미있는 게 만들어지는 걸 깨달았다.”

김종서는 큰 걱정을 하나 덜었다. 욕심은 한도 끝도 없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이제 새롭게 출발했으니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열심히 하는 것 밖에 없다고 했다. 예전엔 굉장히 무성의하다는 말처럼 들렸지만 그는 정말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고 느끼고 있다.

SNS를 통해 팬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것도 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최근 절친인 가수 서태지, 그의 부인 이은성과 함께 스키장에서 찍은 사진을 올려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하. 신곡도 나오고 함께 머리를 식히러 간 거다. 창작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그 친구(서태지)가 누구보다 잘 아니까. 내 입으로 그 친구의 이야기를 하는 건 싫지만, 결혼 등 나도 팬들처럼 기사로 접하고 알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아니까, 긴 말이 필요 없는 친구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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