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햇살론’에 애꿎은 서민들만 피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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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銀 등 대출 지나치게 늘자 1년만에 보증비율 5%P 낮춰

정부가 대표적인 서민 대출상품인 ‘햇살론’ 공급을 줄이기로 했다. 도입 초기 부진한 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가입 문턱을 낮췄다가 부실이 지나치게 늘어나자 1년여 만에 ‘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이다. 금융 당국이 서민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제도의 혼란을 초래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26일 햇살론의 보증비율을 95%에서 90%로 낮추고 저축은행의 보증 출연금을 높이는 내용의 ‘서민금융 개선방안’을 내놨다. 햇살론은 금융당국 주도로 2010년 내놓은 대표적 서민대출 상품이다. 농·수협(단위조합),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에서 신용등급 6등급 이하 또는 연소득 2600만 원 이하 서민을 대상으로 연 8∼11% 금리로 신용대출을 해주는 상품이다.

금융당국은 당시 연간 2조 원씩 햇살론을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대출 수요는 많지 않았다. 지난해 상반기(1∼6월) 기준으로 분기별 대출액이 1000억 원에 불과할 정도로 실적이 저조했다. 담보대출에 익숙한 서민 금융기관들이 신용대출을 꺼렸기 때문이다.

부진이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해 8월 당초 85%였던 보증비율을 95%로 높이고 대출금리를 낮추는 보완책을 발표했다. 돈을 꿔간 서민이 갚지 않으면 대출금의 95%를 보증기관(지역신용보증재단중앙회)이 물어준다는 뜻이다.

위험 부담이 줄어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이 가능해지자 이번에는 저축은행들이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올 3분기(7∼9월) 햇살론 대출액은 5591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819억 원)의 약 6.8배로 증가했다. 그 대신 떼인 돈을 대신 갚아준 비율을 말하는 대위변제율은 2011년 말 4.8%에서 올 9월 말 9.6%로 높아졌다. 대출자와 금융사의 ‘도덕적 해이’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대출의 부실이 커지자 정부는 올해 다시 보증비율을 낮췄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로 대출의 건전성이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 때문에 1년 만에 대출이 불가능해진 일부 저소득층이 대부업체나 사채로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금융위는 이날 제각각이었던 새희망홀씨, 햇살론, 바꿔드림론 등 서민 대출상품 기준을 ‘신용등급 6등급 또는 연소득 3000만 원 이하’로 통일했다고 밝혔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햇살론#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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