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로 엄지 부러뜨려 보험금 19억 꿀꺽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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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편 어려운 사람 꾀어 산재 위장… ‘골절치기 사기’ 일당 19명 기소

보험사기단이 엄지손가락을 부러뜨릴 때 썼던 방법을
검찰이 시연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제공
보험사기단이 엄지손가락을 부러뜨릴 때 썼던 방법을 검찰이 시연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제공
산업재해 전문 의료기관에서 환자 유치 업무를 하던 장모 씨(52)는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했다. 그는 지인 김모 씨(39)와 함께 쉽게 돈을 벌 방법을 궁리했다. 그는 사업비가 2000만 원 미만인 건설 공사현장에서 일하다 산업재해를 당한 환자들에게 산재보험금이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신속히 지급된다는 점에 착안했다.

장 씨는 2009년 6월 자신의 명의로 인테리어 업체를 차린 뒤 산재보상보험에 가입했다. 그는 엄지손가락 골절의 경우 골절 방법이 간단하고 장애등급이 높게 매겨져 보험금이 많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생활고를 겪던 김 씨의 매형과 의붓아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일부러 부러뜨린 다음 공사장에서 러닝머신을 옮기다가 골절됐다고 하면 수천만 원의 산재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며 꼬드겼다.

김 씨의 매형과 의붓아들은 보험사기에 동참하기로 하고 일용노동자로 등록했다. 장 씨 등은 두 사람의 손에 마취제를 주사한 뒤 탁자 위에 엄지손가락과 스패너 몸체를 차례로 올려놓고 망치로 두 번 내리쳐 엄지손가락을 부러뜨렸다. 이어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를 받게 한 다음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청구서를 내고 각각 9100만 원, 5600만 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이들은 주로 형편이 어려운 주변 사람이나 교도소 동기 등을 꾀어 같은 수법으로 최대 수억 원의 보험금을 타낸 다음 1000만∼2000만 원 정도를 수수료로 챙겼다. 일부 가담자들은 장애등급을 높이기 위해 부러진 엄지손가락을 칼로 베기도 했다. 이들이 올해 10월까지 허위로 타낸 보험금은 총 19억2400만 원. 그러나 엄지손가락 골절 보험금이 반복적으로 지급되는 것을 의심해 조사에 나선 근로복지공단에 꼬리가 잡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윤장석)는 장 씨와 김 씨 등 8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 보험사기범죄는 보험가입자가 사고를 가장해 보험금을 타내는 개인적 범행이 많았다”며 “최근에는 전문적인 보험 브로커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서민들에게 접근해 범행에 가담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보험금#골절치기#보험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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