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장 지도자들의 복귀…득과 실은? 성남시민축구단 초대 사령탑에 박종환 이차만 감독도 15년 만에 프로 지휘봉
40대 감독 전성시대에 연륜·경험 승부 현대축구 흐름 얼마나 따라갈지 우려도
내년 시즌 K리그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노장 지도자들의 현장 복귀다.
경남FC가 이차만(63) 감독을 선임했고 성남시민축구단도 박종환(75) 감독을 초대 사령탑으로 확정했다. K리그는 최근 몇 년 사이 신태용(44) 전 성남일화, 최용수(42) FC서울, 황선홍(45) 포항 스틸러스 등 40대 초중반 감독들의 전성시대였다.
대표팀에서도 홍명보(44) 감독이 뛰어난 지도력을 과시했다. 이들은 감독과 선수를 상하가 아닌 동등한 관계로 재편해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고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해냈다.
분명한 성과도 냈다. 신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A컵 우승을 차지했고 최 감독은 정식감독 부임 첫 해 리그 우승에 이어 2년 차에 아시아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다. 황 감독은 사상 첫 더블(정규리그, FA컵 2관왕)을 이뤄냈다. 홍 감독은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에 이어 지금은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브라질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흐름이 꼭 좋은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분명 있었다. 장강의 앞물결이 뒷물결에 밀려나는 게 세상이치라지만 구단들이 너도나도 ‘젊은 지도자’만 선호해 충분한 능력을 갖춘 노장 감독들의 설 자리가 좁아졌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베테랑 지도자의 복귀를 바랐던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지점에서 박종환, 이차만 감독 선임에 대해 걱정스런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현장에서 너무 오래 떠나 있었다. 박 감독은 2006년 대구 감독 이후 8년 만의 복귀고 이 감독은 1999년 부산 감독 이후 15년 만에 프로에 돌아왔다. 현대축구 흐름에 얼마나 발맞출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모 축구인은 “젊은 감독들이 풍부한 연륜, 경험을 갖춘 선배 지도자를 이기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더 발전한다. 이렇게 될 때 한국축구가 질적으로 한 단계 올라선다. 그런데 과연 이런 질적인 향상이 이뤄질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고 했다.
선수 인격을 무시하는 강압적인 태도나 특정 심판에게 줄을 대는 등 구태의연했던 과거 행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두 감독의 선임에 정치적 배경이 존재한다는 논란도 있다. 성남시민축구단 소식에 밝은 관계자는 “구단주 이재명 성남시장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공천에 큰 힘을 발휘하는 정치인이 박종환 감독과 매우 가까워 적극 밀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박종환, 이차만의 어깨가 무겁다. 자신들이 후배 지도자와 경쟁을 통해 축구의 질적 향상을 이뤄내고 K리그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능력을 갖췄음을 직접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