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추위보다 혹독한 생활고… 광주 노숙자 다시 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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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갈등에 귀가 않고 방황… 일부는 보호시설 입소 거부
광주희망원-무등쉼터 자활교육… 10명중 2명꼴 자립해 퇴소도

불황의 여파 등으로 혹한 속에 길거리를 떠도는 광주 지역 노숙자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노숙자들은 대부분 집이 있지만 귀가를 꺼리는 경우가 많았고 보금자리가 없는 일부 노숙자는 보호시설 입소를 꺼리지만 시설에 입소해야 사회 재적응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시는 9일부터 18일까지 10일간 겨울철 노숙자 보호를 위해 광천터미널, 광주역, 광주공원 등에서 실태조사를 실시해 노숙자 6명(여성 2명 포함)을 보호시설에 입소시켰다고 22일 밝혔다. 하지만 노숙자 3명은 보호시설 입소를 거부했다. 2011년 실태 조사에서는 보호시설 입소 거부 노숙자 1명, 2012년 실태 조사 때는 보호시설 입소 노숙자 1명뿐이었다.

노숙자 상당수는 집이 있지만 생활고, 가족 간의 갈등으로 거리를 떠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집이 있어 귀가 조치된 노숙자는 2011년 10명, 2012년 3명이었다. 올해 귀가 조치된 노숙자의 정확한 인원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다소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시의 한 관계자는 “노숙자들이 계속 돌아다니는 특성상 정확한 인원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올해 불황 여파 등으로 노숙자가 증가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50대 남성 노숙자 1명은 최근 광주천변에 잠자리를 마련해 놓고 생활하면서 보호시설 입소를 끝까지 거부했다. 노숙자들이 보호시설 입소를 꺼리는 것은 규칙적인 생활 등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노숙자들은 보호시설에 입소해야 자립 등 사회 재적응 가능성이 커진다고 조언한다.

양모 씨(32)는 고교를 졸업한 뒤 군대를 다녀왔다. 아버지와 새어머니가 차갑게 대하자 22세 때 가출했다. 공사장에서 일하며 찜질방, 모텔, PC방 등에서 잠을 잤다. 일을 못 해 돈이 떨어지면 공원, 버스정류장 등에서 노숙을 했다. 노숙을 반복하면서 술에 의지하게 됐고 예비군 훈련에 계속 불참해 교도소에 수감됐다.

출소한 양 씨는 2011년 11월 30일 광주 무등노숙자쉼터에 입소했다. 그는 무등노숙자쉼터에서 추천한 국비 지원 요리학원을 다니며 중국집 주방 보조로 취업해 요리 공부를 이어 가고 있다. 그는 저축을 해 원룸에 입주했고 내년 1월 임대 아파트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처럼 광주희망원과 무등노숙자쉼터 등 보호시설 2곳에서 생활하는 노숙자 10명 중 2명은 자립해 퇴소했다. 이 보호시설 2곳에서 2011년부터 올 10월까지 생활하다 퇴소한 노숙자 260명 가운데 61명(23.5%)이 자립했다.

광주시는 노숙자 사회 적응을 높이기 위해 광주희망원 본관(1368m²)을 리모델링했다. 또 여성 노숙자 보호시설 별관(430m²)을 신축했다. 사업비로 10억여 원이 투입됐다. 광주희망원의 한 관계자는 “남성보다 여성 노숙자의 자립 성공률이 낮은 편”이라며 “인권 보호와 자립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여성 노숙자 생활 공간이 마련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무등노숙자쉼터(53m²)도 자동화재 탐지 설비나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보강이 이뤄졌다.

정수택 광주시 사회복지과장은 “지난해 노숙자가 감소했다가 올해 다시 늘어나는 추세”라며 “보호시설에 입소한 노숙자의 주민등록을 부활시키고 저금 관리, 신용 회복, 자활 교육, 취업 지원 등을 통해 다시 노숙을 하는 것을 예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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