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신연수]태양광 발전과 ‘윤상직 괴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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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수 논설위원
신연수 논설위원
10 대 2.

한국의 초라한 신재생에너지 성적표다. 유럽연합(EU)은 전체 에너지 가운데 10%를 신재생에서 얻고 있지만 한국은 겨우 2%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신재생에너지란 수소연료전지 같은 신에너지와 태양광 풍력 바이오 조력(潮力) 지열(地熱) 폐기물 같은 재생에너지를 합쳐 부르는 말. 태양, 바람, 파도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이 적고 무한정 쓸 수 있다.

세계는 신재생으로 가고 있다. EU는 2020년까지 신재생 비중을 20%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5% 수준인 미국도 20%로 늘리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초 국정연설에서 “전력 수요의 20%를 신재생으로 얻으면 대기오염이 줄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며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드라이브를 걸었다. 일본과 중국 정부도 신재생 확대를 위해 과감한 지원에 나섰다.

우리 정부는 2035년 11%라는 목표를 세웠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목표다. 5년 전에 2030년까지 11%로 늘리겠다고 했으니까 사실상 목표치를 낮춘 셈이다. 세계적인 흐름과 정반대다.

에너지 업계에는 ‘윤상직 괴담’이 돈다. 에너지 주무 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윤상직 장관이 있는 한 신재생 확대는 없다는 괴담이다. 그는 담당 국장과 차관일 때 “원자력이 우리의 갈 길이고 태양광과 풍력에 돈 들이는 건 예산 낭비라는 게 내 소신”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신재생 발전량이 적은 이유는 우리나라 규모가 작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한국보다 면적이 좁은 덴마크와 오스트리아도 현재 신재생 비중이 22∼25%나 되는데 말이다.

신재생은 그동안 원전이나 화력발전소에 비해 경제성과 효율성이 떨어져 대안 에너지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나라마다 전기요금이 다르지만 세계적으로 2015년이면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태양광과 석탄 화력의 단가가 같아지는 균형점)에 도달한다. 기술 발달로 설치에 필요한 면적도 줄어들어 고속도로변, 건물 지붕 등을 활용하면 더는 공간 탓을 할 수 없다.

한국보다 햇볕이 약한 독일이 현재 태양광 설비 세계 1위다. 독일은 에너지 수요가 많은 제조업 강국이면서도 원전과 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신재생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2025년 전기의 45%, 2050년에는 80%를 신재생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태양광과 풍력 기술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造船) 산업과 연관이 있다. 한국 기업이 잘할 수 있는 분야다. 중견 기업들은 물론이고 삼성 LG 현대 한화 두산 효성 등 대기업들도 이미 신재생 산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의지가 의심스럽고 국내 시장이 열리지 않아 본격 투자를 미루고 있다.

신재생 보급을 늘리려면 다른 부처와 조율해 풀어야 할 규제가 많은데 산업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일자리와 성장동력을 찾느라 야단법석인 정부가 정작 미래가 보장된 신재생 산업 육성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초기 단계인 신재생은 정부의 지원과 정책 의지가 매우 중요한 분야다. 국내 시장을 늘려 줘야 기업들이 투자도 하고 기술도 개발한다. 역대 정부가 말로만 친환경을 외치며 구색 갖추기로만 신재생을 끼워 넣었기 때문에 잠재력에 비해 성과가 형편없는 것이다. ‘괴담은 괴담일 뿐’이라는 걸 증명하려면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
#태양광 발전#신재생에너지#윤상직#원자력#경제성#효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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